tvN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첫 방송됐다. 2030 세대들을 위한 복고 코드를 무기로 들고 나온 ‘응답하라’는 높은 공감대 형성과 함께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자극하며 성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24일 오후 첫 방송된 ‘응답하라’는 33세에 다시 만난 고교 동창생 6인방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한 성시원(정은지), 윤윤제(서인국), 모유정(신소율), 강준희(호야), 방성재(이시언), 도학찬(은지원)은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며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시작했다.
‘응답하라’는 1997년 가요계에 혜성 같이 등장한 H.O.T의 흰 풍선을 흔들어 본 30대에게는 폭풍 공감을, 2012년 현재의 팬덤을 즐기는 청소년에게는 1세대 팬덤의 목격으로 인한 유대감을 갖게 했다. 흰 풍선에 우의를 입고 객석을 채운 H.O.T 팬들은 오빠들의 기가 죽을까 성대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때까지 소리를 질렀다. 학교 쉬는 시간은 오빠들의 모습이 담긴 잡지를 돌려보고 인심 쓰듯 한 페이지를 찢어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소소한 의리를 발휘하는 시간이었다.

요즘처럼 전국 인터넷망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1세대 아이돌 팬들은 부산에서 대구까지 먼 걸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수고는 오빠들을 보고 싶은 소녀들(성시원, 모유정)에게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토니 오빠의 땀이 묻은 티셔츠를 빨아 버린 엄마의 불필요한 부지런함과 반 꼴찌 성적표에 분노한 아빠가 찢은 토니 오빠의 브로마이드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성시원으로 대표되는 팬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10대 혈기 왕성한 나이, 심지어 남녀 공학. 첫사랑의 로맨스가 꽃피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응답하라’에서는 베스트 프렌드로 성시원의 곁을 지키지만 알고보면 순정남 윤윤제로 아련한 감성을 살살 긁어냈다. 2차 성징을 경험한 윤윤제와 성시원. 윤윤제는 “확인”이라며 성시원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성시원의 대답은 엄청난 욕설을 동반한 구타, 두 사람의 입맞춤은 해프닝으로 정리됐다.
1997년은 오락기구 DDR로 현란한 발놀림을 자랑할 줄 알아야 좀 노는 축에 속했던 시절이었고 게스(GUESS)와 이스트팩(EASTPAK) 정도는 써줘야 패셔너블이라는 말을 들었던 시대였다. 절친한 친구와는 삐삐와 공중 전화로 소통했던 1990년 대의 감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제작진은 디테일 살리기에 주력했다.
‘응답하라’는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을 연출한 신원호 PD가 지난해 CJ E&M으로 이적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 극본은 ‘해피선데이-1박2일’, ‘남자의 자격’, tvN ‘더 로맨틱’ 이우정 작가가 맡았다.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plokm02@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