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차트에서 걸그룹과 보이그룹 간 성적 격차가 꽤 크게 나고 있다.
2NE1, 씨스타, 티아라 등 걸그룹들이 내는 곡마다 차트 1위를 석권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반면, 보이그룹들은 비교적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압도적인 앨범 판매량과 체감 인기에 비하면 음원 성적은 많이 실망스러운 상황.
신곡을 내고 음원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되는 보이그룹은 빅뱅과 2AM 정도. 그외에는 음원차트 성적이 들쑥날쑥이다.

최근에는 대체로 성적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대형 프로모션을 준비하며 정상급 그룹으로 쐐기를 박고자했던 인피니트는 음원차트 10위권에는 안착하지 못했으며, 최근 컴백한 슈퍼주니어도 상당한 이슈와 파급력과 별개로 음원 성적은 그리 높지 않았다. 비스트는 오는 27일 컴백 무대 이후 급상승할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음원 성적으로만 보자면 싸이와 보아에 밀리는 양상이다. 나란히 솔로로 변신한 2AM의 조권과 2PM의 장우영은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음원차트는 보통 직장인으로 구성된 20~30대가 좌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음원 1위를 휩쓸고 있는 싸이는 "출근 시간에 '강남스타일'의 그래프가 치솟는 걸 보면서, 직장인의 힘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보이그룹은 일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빅뱅의 '거짓말'이 히트 친 후 5년이 흘렀는데, 이후로 보이그룹 음악에서 더 새로운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걸그룹이 최근 에프엑스의 경우처럼 계속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며 대중을 사로잡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성별의 특성에서 오는 차이점도 지적하고 있다. 한 가요관계자는 "보통 남자들은 보이그룹의 노래를 듣지 않는다. 반면 여자들은 걸그룹의 노래도 듣는다. 그래서 음원차트에서는 걸그룹의 노래가 훨씬 더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같은 지적은 최근 가요관계자들 사이에 꽤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져, 새로 기획되는 거의 모든 걸그룹이 여성팬을 놓칠 수 없는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걸그룹 런칭을 앞둔 한 가요제작자는 "보이그룹과 다른 걸그룹의 가장 큰 무기는 동성으로부터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판단, 여성들의 취향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데뷔한다면,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의 반응이 훨씬 더 빨리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음반과 공연 영역으로 확대해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걸그룹은 높은 인지도와 히트곡 보유 수와 관계 없이, 유료 티켓을 사서 공연장으로 향하는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은 많이 떨어지는 상태. 소녀시대와 2NE1을 제외하곤 음반과 공연에서 '대박'을 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반면 슈퍼주니어, 비스트 등 인기 보이그룹들은 월드투어에서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음반을 수십만장씩 팔아치우며 팬덤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 가요관계자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소비 구조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이그룹은 오랜 기간 투자해 차근차근 팬덤을 모으는 게 관건이고, 걸그룹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이 관건이다. 그래서 많은 중소형 기획사들이 비교적 '쉬운' 걸그룹을 먼저 시도한 뒤, 그 수익을 보이그룹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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