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얄궂은 운명, 런던서 뒤바꿀 3인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07.25 13: 33

70억 인의 지구촌 대축제 2012 런던올림픽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총 22개 종목에서 374명(선수 245명ㆍ임원 129명)이 출전하는 한국은 금메달 10개 이상을 획득해 3회 연속 톱10 진입을 목표로 하고있다.
이들 중 유독 눈에 띄는 3인이 있다. 여궁사 이성진(27, 전북도청), '우생순' 신화의 주인공 우선희(34, 삼척시청), 홍명보호의 와일드 카드 김창수(27, 부산)다.
▲ 부상에 발목 잡혔던 이성진-우선희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서는 현재 자신의 스승인 박성현 전북도청 감독에게 2점 차로 석패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절치부심하며 4년을 기다렸다. 뜻하지 않은 어깨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 선발전서 탈락을 맛봤다.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맏언니' 이성진의 이야기다.
이성진은 대표 선발전 당시 활시위를 당기는 오른쪽 어깨 관절이 끊어질 정도의 고통이 있었다. 투혼을 불사르며 대표팀 선발전 최종전까지 올라가는 기적을 연출했지만 결국 부상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그 해 2월 어깨 수술을 받은 뒤 1년 동안 재활에만 매달린 이성진은 오매불망 기다리던 2012년을 맞았다. 금메달을 따내는 것보다 더 어렵다던 올림픽 대표선발전서 이성진은 보란듯이 2012 런던올림픽 대표 선발 평가전과 1, 2차 월드컵서 총합 70점을 기록하며 기보배(55점)와 최현주(40점)에게 앞서며 런던행 티켓을 따냈다. 굵은 땀방울에 대한 값진 결실이었다.
이제 남은 목표는 오로지 하나다. 런던에서 금빛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다. 여자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무대를 밟아 본 맏언니로서 책임감도 막중하다. 기보배, 최현주와 함께 출전하는 여자 단체전뿐만 아니라 개인전서도 정상에 올라 아픔을 씻겠다는 각오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한국은 당시 세계최강 덴마크와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석패, 눈물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이 눈물 겨운 감동의 스토리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으로 만들어져 온 국민에게 스포츠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의 끝을 선물해 줬다.
그리고 '우생순'의 실제 주인공인 여자 핸드볼 대표팀 주장 우선희는 런던에서 또 하나의 감동 스토리를 선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우선희는 아테네의 설욕을 위해 4년 동안 오로지 베이징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앞을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을 불과 2개월 앞두고 불운의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그리고 4년이라는 시간을 더 기다린 끝에 마지막 기회를 부여받았다. 우선희는 "베이징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을 때 은퇴를 생각했다. 하지만 런던에 가기 위해 4년 전 부상을 입은 것 같다. 4년을 더 기다린 만큼 남다른 각오로 임하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조별리그 탈락,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김창수
김창수에게 올림픽의 기억은 유쾌하지 못하다. 2008년 당시 23살의 김창수는 강민수 김진규 등 동연령 대 최고의 수비수들과 함께 박성화호에 승선해 베이징을 밟았다.
하지만 2살 터울의 후배 신광훈의 벽은 높았고,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그에게 양보했다. 교체 투입이라도 바랐지만 결국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을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수 년 동안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던 김창수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 왔다. 당초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부상으로 낙마한 홍정호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와일드 카드의 한 자리로 이정수를 점찍었다. 하지만 소속 팀의 반대로 이정수의 차출이 불발됐고, 베이징올림픽 당시 코치로 함께 연을 맺었던 홍 감독이 측면 수비수인 김창수를 선발했다.
우려도 적잖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김창수는 지난 14일 뉴질랜드와 평가전서 공수에서 모두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호평을 받았다. 20일 세네갈전서도 준수한 활약을 선보이며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수비진에 안정감과 함께 경험의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김창수의 발은 한국 올림픽 축구 역사상 첫 메달이라는 푸른 청사진을 향해 있다. 오는 26일 멕시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있는 홍명보호의 첫 승이 그의 발끝에서 만들어지길 고대해 본다.
dolyng@osen.co.kr
이성진-우선희-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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