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김주호 감독)가 여름 극장가에 최적화된, 조선시대 얼음전쟁이란 독특하고 시원한 소재를 소소한 재미를 주는 오락무비로 만들어냈다.
2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시대 '금'보다 귀한 권력의 상징인 '얼음'을 둘러싼 음모에 맞서 서빙고를 털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시원한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화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한 곳을 턴다는 점, 차태현을 필두로 오지호, 민효린, 성동일, 신정근, 고창석, 송종호, 천보근, 김향기 등 신구노소 쟁쟁한 캐스팅을 자랑한다는 점, 86억원의 제작비가 든 작품이란 점 등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시대 배경이 다른 케이퍼무비로 25일 개봉하는 '도둑들'과 비교되기도 했다.

베일을 벗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장르물의 큰 재미를 주는 영화라기 보다는 곳곳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 오락물이다. 배우들의 힘으로 인해 유머 코드와 유쾌한 분위기가 살아있으며 얼음 CG와 화약 폭발 장면 등 이전 사극영화에서 자주 볼 수 없던 비주얼, 거대한 얼음들의 등장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에서 잡서적 읽는 것과 술을 즐기며 별 생각없이 살아가던 덕무(차태현)는 얼음 독점권을 차지하려는 좌의정 조명수의 계략에 휘말리게 되고, 가족이 희생을 당하자 조명수에게 복수하려는 계획을 짜게 된다. 이 계획 하에 모이는 사람들이 조선 제일의 무사 동수(오지호), 한양의 돈줄 수균(성동일), 가는 귀 먹은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신정근), 땅굴파기의 1인자 석창(고창석), 변신의 달인 재준(송종호) 등이다. 여기에 여인 둘, 아이 둘이 합세한다.
사람들이 모이기 까지의 과정은 비교적 차분하나 그 이후부터는 정신없이 스피디한 전개가 이어진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가슴아픈 부자(父子)의 실제 역사 속 얼음도둑들이란 허구를 섞은 시도는 좋았으나 소재와 설정의 독창성이 탄탄한 줄거리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
사건 흐름의 생략이 갑작스럽고 엉성하기도 하고, 케이퍼무비 특징의 관객들도 감탄할 만한 지능적이고 통쾌한 에피소드가 부족한 것도 아쉽다. 다수 주인공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캐릭터 하나하나에 공들이지 못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작은 재미들은 꽤 살아있는 편이다. 차태현의 친근한 표정과 여유있는 연기는 편안하고, 그가 다양한 코믹 캐릭터들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가는 귀 먹은 화약폭탄가 신정근이나 "재준입니다"를 반복하는 송종호의 연기, 깜찍도발적인 아역 천보근, 김향기 등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도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부분은 다시 한 번 역사와 허구와 만난, 한 인물이 깜짝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12세 관람가. 8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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