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템포' 돋보인 김선우의 '버티기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7.25 21: 03

"오늘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허리가 조금 안 좋아서. 오늘 몰라. 최악이야".(웃음)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경기 전 만났을 때도 그는 허리 부위에 온열 찜질을 하며 경기 개시를 기다렸다. 불과 65구 투구만에 마운드를 내려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6이닝 동안 단 65개의 공만을 던지는 노련미를 선보이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승리를 따냈다. '써니' 김선우(35, 두산 베어스)가 상대 방망이를 유도하는 빠른 템포의 투구를 펼쳤다.
김선우는 25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7피안타(사사구 2개) 3실점으로 시즌 4승(5패)째를 따냈다. 이날 승리로 김선우는 지난 5월 27일 롯데전부터 이어졌던 자신의 잠실구장 4연패와 안방 3연패 사슬을 끊었다.

특히 이날 김선우가 던진 공은 불과 65구에 지나지 않았다. 투구 밸런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위인 허리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기 전만 해도 김선우는 허리 부위에 온열 찜질을 하며 트레이닝 침대에 몸을 맡기고 누워있었다.
"오늘 제대로 못 던질 것 같다. 괜찮다가 갑자기 허리가 조금 안 좋네". 그러나 이미 선발로 예고된 데다 더스틴 니퍼트도 전날(24일) 장염 증세로 인해 갑작스레 로테이션을 펑크냈던 만큼 어떻게든 던지겠다는 것이 김선우의 속내였다.
"경기 끝나고 봅시다"라며 웃은 김선우. 3회 김태완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고 이후 이병규(9번)의 2루 땅볼 때 김태완의 딜레이드 베이스러닝으로 인해 병살 연결에 실패하면서 2점을 먼저 내준 김선우는 5회 팀의 역전 5득점 덕분에 편하게 6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 6회 이진영에게 1타점 중전 안타를 내주기는 했으나 김선우 입장에서는 선발로서 자기 몫은 한 경기였다.
재미있는 것은 단 하나의 탈삼진도 없었다는 것. 원래 탈삼진보다 빠른 대결을 선호하는 김선우지만 이날은 직구-투심-커터-커브-체인지업을 대체로 비슷하게 섞어 던졌다. 65개의 공 중 오히려 변형 체인지업(19구, 최고 138km)의 빈도가 가장 높았을 정도. 그러나 방망이를 끌어내려 적극적으로 던진 전략이 들어맞으며 김선우의 65구 퀄리티스타트로 이어졌다. 타자와의 대결을 길게 끌지 않고 빠른 템포로 던진 김선우의 경기력이 눈에 띈 투구다.
범타 유도형 공격적 투구는 사실 양날의 검이다. 수비가 빈 곳으로 타구가 가면 그야말로 난타를 당하는 것이며 수비의 도움도 확실히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김선우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전략이었다. 때마침 5회 팀의 역전 5득점이 나오며 김선우의 '65구 퀄리티스타트 버티기 투구'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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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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