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해이던 지난해 전지훈련서 그는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훈련을 끝까지 소화했다. 유약해보이는 이미지였으나 근성만큼은 웬만한 선수들 못지 않았다. 대학 시절 4년 간 통산 타율 3할7푼7리로 활약했으나 지난해 빈타로 기대감을 얻지 못하던 2년차 외야수 정진호(24, 두산 베어스)가 승패의 추를 바꿨다.
정진호는 25일 잠실 LG전에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1-2로 뒤지고 있던 5회말 1사 만루서 상대 선발 김광삼의 2구를 밀어쳐 역전 결승 2타점 좌중간 2루타로 연결했다. 데뷔 후 정진호가 1군에서 처음으로 때려낸 결승타였다. 올 시즌 정진호는 8경기 10타수 5안타 3타점 2도루(25일 현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47경기 1할1푼4리 3타점 4도루 빈타에 그쳤던 새내기가 아니었다.
유신고-중앙대를 거쳐 지난해 5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정진호는 한양대 고종욱(넥센, 상무), 동창생 김민하(롯데, 상무) 등과 함께 정확한 타격을 자랑하며 대학리그를 대표했던 유망주였다. 대학 4년 간 정진호의 통산 타율은 무려 3할7푼7리. 발도 빠르고 수비 범위도 넓어 송구 능력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즉시 전력감으로 꼽기 충분했다는 평을 받았던 정진호였다.

지난해 일본 벳푸-미야자키 전지훈련 명단에 좌완 이현호와 함께 당시 신인으로는 유이하게 포함되었던 정진호. 머리 위를 넘어가는 타구를 잡는 훈련 도중 정진호는 갑자기 코피를 쏟아 선배들을 걱정하게 했던 바 있다. 피가 좀처럼 멎지 않았으나 정진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충 코를 막고 훈련에 열중했다. 이튿날 “코피 안 멎어서 혼났어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는 했으나 일단 내려온 훈련 방침에는 끝까지 따라갔던 정진호다.
그러나 데뷔 시즌 정진호는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체는 고정되어 있는데 상체만 도는 어색한 타격폼으로 힘이 실리지 않아 쳤다하면 범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워낙 발이 빨라 2군으로 그냥 내려 보내기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타격이 워낙 떨어져 팬들의 실망감도 자주 자아냈던 정진호였다.
올해는 다르다. 퓨처스리그서 51경기 3할2푼4리 13타점 16도루로 맹활약한 정진호는 1군에 올라와 더욱 정확한 타격을 선보이는 중이다. 고교 2년 후배이자 주전 우익수인 정수빈이 왼 종아리 타박상으로 인해 결장한 경기서 정진호는 천금 결승타를 때려내는 수훈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에는 1군에 있으면서도 경험도 부족하고 미숙하다보니 자신감도 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는 퓨처스리그에서 출장기회를 얻고 자신감도 찾으면서 ‘1군에 올라가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뷔 첫 결승타에 대한 소감보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더욱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욱 컸다는 정진호다.
“특별한 개인 목표는 없어요. 다만 우리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갔을 때 그 무대에 저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첫 해 크나큰 아쉬움을 안고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정진호는 어느새 ‘강한 잇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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