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무승' 대전이 포기하지 않고 부르는 희망가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7.26 07: 59

"스트레스 못 풀고 있어서 죽을 것 같아요".
"쓰러질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괜히 하는 약한 소리만은 아니다. 어렵게 찾아온 상승세는 오래 가지 않았고 다시 겪는 추락은 가파르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유상철 감독은 요새 담배가 부쩍 늘었다.
대전 시티즌은 지난 2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23라운드 경기서 원정팀 FC 서울에 0-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대전은 5승4무14패(승점 19)로 1패를 추가하며 6경기 무승(2무4패)으로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대전으로서는 뼈아픈 패배였다. 상대가 아무리 강팀 서울이라 하더라도 승점 3점에 대한 갈망은 컸기 때문이었다. 수원을 잡았던 짜릿한 기억이 다시 한 번 되살아나길 기대해봤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던 때의 악몽이 다시 찾아온 것만 같다. 5월 5일 수원전을 계기로 무패를 이어가며 상승세를 기록, 12위까지 올랐던 것도 잠시였다. 6월 27일 대구전 2-2 무승부를 시작으로 상주전까지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에 시달리고 있다. 5, 6월의 상승세가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부진이다.
유 감독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선수층이 크게 바뀌어 조직력이 떨어졌던 시즌 초반과는 다르다. 5, 6월 상승세를 겪으며 대전의 조직력은 물이 올랐다. 케빈과 김형범이라는 확실한 공격 카드도 생겼다. 초반 K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케빈은 시즌 8골을 기록하며 물오른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승을 이어가는 바탕이 됐던 3백도 안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와 함께 찾아온 무더위가 대전의 발목을 잡았다. 스쿼드가 얇은 대전은 체력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선수들의 예기치 못한 부상도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장 21일 상주전만 해도 황도연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실려나가며 교체작전이 어그러졌다.
유 감독은 "(정)경호가 레프트백으로 뛰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 도연이와 바꿔주려고 했다. 그런데 도연이가 그렇게 나가면서 교체작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울산(FA컵)-전북 등 리그의 강적들을 연속으로 만나야하는 죽음의 일정을 앞두고 반드시 승점 3점을 얻었어야 했던 상주전 무승부가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것.
여기에 서울전 패배까지 더해지며 힘든 시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 감독에게는 이날 패배가 더 쓰다. 지난 시즌 대전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첫 맞대결에서 1-4로 완패한 데다 올 시즌 처음으로 맞붙었던 3월 18일 경기에서도 데얀과 몰리나에 연속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기 때문이다.
막역한 우정을 과시하는 최용수 감독에게 지도자로서 연패를 이어가고 있는 유 감독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렸던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다른 경기는 몰라도 서울에는 꼭 이기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거듭된 패배는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유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스트레스도 못 풀고 있다. 정말 죽을 것 같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더위가 어느 정도 지나가고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충전되면 한 번 더 해볼 만한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새로 영입한 테하와 김병석이 팀에 적응하고 몸상태를 100%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결국, 문제는 시간이다.
스플릿 시스템의 상위 리그에 나서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다. 부족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대전은 하위 리그를 준비해야 한다. 대전은 현재 5승4무14패(승점 19)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5승8무10패(승점 23)에 그친 11위 전남과 승점차는 겨우 4점에 불과하다.
한 경기를 잡으면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뀌는 혼전은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 6경기 무승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대전은 추락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다. 생존을 위해 반등을 꿈꾸는 꼴찌 대전이 부르는 포기하지 않는 희망가는 미래를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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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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