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힘으로 자전거를 움직여 속도 경쟁에 임하는 경기인 사이클은 인간의 힘과 기계의 스피드가 결합한 매력적인 종목이다.
사이클은 그동안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그 위상이 사뭇 다르다.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올림픽에서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는 사이클에는 총 18개(남자 9개, 여자 9개)의 메달이 걸려있어 놓칠 수 없는 '금메달 텃밭'으로 손꼽힌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사이클 종목에 첫 선수단을 파견한 것은 처녀 출전이었던 1948 런던올림픽 때부터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우월한 체격조건을 갖춘 유럽세에 밀려 한국은 매번 시상대에 올라서지 못했다.

이제까지 한국이 사이클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은 2000 시드니올림픽 남자 40km 포인트레이스에서 거둔 4위다. 간발의 차로 메달의 꿈을 날려야했던 주인공은 잠시간의 외도를 끝내고 다시 사이클로 돌아와 첫 메달의 꿈을 향해 페달을 밟고 있다.
한국 사이클의 '베테랑' 조호성(38, 서울시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조호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 하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친 후 2004년 경륜으로 종목을 전환했던 조호성은 못다 이룬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사이클로 돌아왔다.
2009년 다시 사이클에 복귀한 조호성은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옴니엄은 조호성이 한국 사이클 역사상 첫 메달을 꿈꾸는 새로운 도전 종목이다.
한 선수가 2일간 6종목(250m 플라잉랩 기록경기, 포인트경기, 제외경기, 4km 개인추발, 스크래치, 1km 독주)에 모두 참가한 후 각 종목 순위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가리는 옴니엄은 사이클의 10종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육상에서 인간의 한계를 가리는 종목이 10종 경기라면 사이클에서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은 옴니엄인 셈이다.
사이클 복귀 후 옴니엄 선수로 제2의 도전을 시작한 조호성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2월 런던에서 열린 국제사이클연맹(UCI) 트랙월드컵 파이널라운드 옴니엄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런던행 청신호를 밝혔다. 런던올림픽 사이클 경기가 치러지는 벨로드롬에서 열린 이 대회는 전세계 남자 옴니엄 종목 최강의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프리올림픽 성격이었기에 조호성의 2위 입상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꿈만 같았던 사이클 첫 메달의 가능성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조호성은 오는 8월 4일(한국시간) 오후 6시 플라잉랩 경기를 시작으로 30km 포인트레이스와 제외경기를 시작으로 옴니엄 메달 획득을 위한 페달을 밟는다. 5일 오후 6시부터 시작하는 4km 개인추발과 15km 스크래치 레이스, 1km 독주까지 모두 치러내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한국 사이클의 맏형 조호성이 7전8기 도전 끝에 이번에야말로 값진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첫 메달을 향한 조호성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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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추발에서 금메달을 딴 조호성-장선재(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