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최형우가 열흘 만에 대포를 가동하며 후반기 첫 승에 이바지했다.
최형우는 25일 대구 SK전에 5번 좌익수 선발 출장, 1회 1사 만루서 선제 적시타를 터트렸고 3회 무사 1루 상황에서 SK 두 번째 투수 박정배의 4구째 커브를 잡아 당겨 우월 투런 아치(비거리 105m)를 터트렸다. 시즌 6호째.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고감도 타격을 선보이며 9-6 승리에 앞장 섰던 최형우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낮추며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후반기 첫 대포 가동에도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욱 컸다. 최형우는 이번달 12경기를 통해 타율 3할5푼9리(39타수 14안타) 3홈런 13타점 11득점으로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좋아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저 예전의 좋았던 감을 이어가기 위해 좀 더 집중할 뿐"이라며 "어제(24일)도 감은 괜찮았는데 안타가 나오지 않아 좀 답답했었다"고 대답했다. 수은주가 오를수록 최형우의 타격감 또한 좋아진다. "더워질수록 더 좋다. 땀을 많이 흘리면 평소보다 몸이 더 잘 풀린다". 해마다 여름이면 방망이가 달아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홈런, 타점, 장타율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획득했던 최형우는 전훈 캠프에서 열린 평가전과 시범경기를 통해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올 시즌에도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 했지만 시즌 개막 이후 기나긴 부진의 늪에 빠졌다. 2군 강등을 비롯해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기대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전반기에는 이승엽이 최형우의 몫까지 참 잘했다. 후반기에는 최형우가 이승엽 만큼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었다.
"좀 더 자신있는 모습으로 좋은 분위기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올 시즌 부진했던 모습은 다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길 바란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최형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형우 또한 "숫자는 잊었다"고 고개를 끄덕인 뒤 "지금 기록을 생각할 상황은 아니다. 기록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 올 시즌 부진했던 부분은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류 감독은 후반기를 앞두고 최형우의 활약 여부가 관건이라고 했다. "최형우가 좀 쳐준다면 경기가 수월하게 전개된다"는 게 류 감독의 생각.
"나도 그러고 싶다". 최형우 역시 후반기 대반격을 손꼽아 기다렸다. "현재 상황에서 작년의 성적을 거둔 건 사실상 어렵다. 앞에도 말했지만 부진했던 건 인정한다. 앞선 성적은 다 잊고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팀이 이기는데 내가 해야 할 몫을 한다면 덜 미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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