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책임입니다.”
LG 김기태 감독은 26일 두산과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지난 2경기 반복된 번트 실패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짧게 답했다.
그리고 LG는 26일 경기에서 3-1로 승리, 마침내 4연패를 끊었다. 6년 만의 선발 등판, 5⅔이닝 1실점 호투로 2176일 만에 승리를 거둔 선발투수 신재웅이 가장 빛났지만 그 안에는 야수들의 기본기 회복이 자리하고 있었다.

24일과 25일 경기 모두 LG는 빈번이 번트 사인을 수행하지 못했다. 24일에는 1회초부터 2번 타자 김태완이 초구에 댄 번트가 투수 플라이아웃이 됐고 2회초에는 김태군이 시도한 번트가 포수 파울 플라이아웃, LG는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다. 결국 LG는 두산이 임시 선발투수 임태훈을 마운드에 올리며 호재를 맞이하는 듯 했지만 타선이 경기 흐름을 이어가는 데 실패, 난타전 끝에 11-13로 패했다.
25일 경기서도 번트 실패는 반복됐다. 3회초 무사 1루에서 김태군은 2경기 연속으로 번트 상황에서 포수 플라이아웃을 기록하고 말았다. 결과는 3-7, 이틀 연속 역전패. 후반기를 앞두고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에게 “팀에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냉정하고 과감하게 하겠다”고 선포했지만 후반기 첫 두 경기부터 삐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다행히도 연이은 번트 실패의 충격은 다음 경기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LG는 5회까지 0-0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6회초 오지환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김태완이 희생번트를 성공해 선취점 찬스를 잡았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번트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던 김태완은 하루가 지난 뒤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그리고 박용택이 1타점 중전안타를 때려 귀중한 선취점을 올렸고 이진영도 중전안타로 타점을 올려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8회초 마지막 점수도 번트에 의해서 나왔다. 첫 타자 김태완이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주장 이병규(9번)가 기습 번트를 대면서 1사 2루를 만들었다. 6회초 2루 주자 오지환이 2·3루간 런다운에 걸렸을 때 2루까지 전력질주, 베테랑이자 팀의 주장으로서 희생정신을 발휘했던 이병규가 이번에도 희생번트로 찬스를 살렸고 박용택은 또다시 1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LG는 올 시즌을 앞둔 전지훈련부터 부단히 기본기를 강조했다. 특히 팀배팅코치를 따로 둘 만큼 선수들에게 상황에 맞는 타격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연패행진의 중심에는 번트 실패와 수비 실수 등 기본기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한 데에는 수비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26일 경기서도 번트 뿐이 아닌 1루수 이병규(7번)의 탄탄한 수비가 상대 타선의 흐름을 끊는데 주효했다.
후반기 반격을 노리는 LG에 가장 필요한 것은 기본에 대한 충실함을 되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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