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뮤지컬 ‘잭더리퍼’가 막을 올렸다. ‘잭더리퍼’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주목 받았다. 최근 국민남편으로 불리며 대세로 떠오른 유준상과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 번 연기력을 입증한 안재욱과 엄기준, 이 외에도 아이돌 슈퍼주니어의 성민과 FT아일랜드의 송승현, 카리스마 넘치는 신성우 등 유명한 스타들이 모인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이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실제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데 있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런던에서 최소 다섯 명의 매춘부를 엽기적으로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사건이 8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불과 2개월에 걸쳐 일어났으며, 알려진 것은 다섯 명이지만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실 ‘잭’은 특정 인물의 이름이 아니라 영어권에서 이름이 없는 남성을 가리킬 때 쓰는 이름이다. 이 살인마가 살인을 하던 시기는 과학 수사가 도입 되기 전 시대였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잭더리퍼’ 사건과 뮤지컬, 얼마나 다를까
‘잭더리퍼’ 사건이 엽기적인 살인 행각이었다면, 공연은 그 사건에 가상의 스토리를 담아 사랑 이야기로 그리고 있다.
살인마 ‘잭’ 역을 맡은 신성우와 김법래는 지난 25일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살인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무대에서 펼쳐지는 모든 이야기의 주는 사랑이다”고 전했다.
다소 매칭이 되지 않는 조합인 듯 하지만, 공연에는 살인마 ‘잭’을 쫓는 수사관 ‘앤더슨’과 ‘잭’과의 모종의 거래를 시작하는 의사 ‘다니엘’이 등장한다. 여기에 ‘앤더슨’의 옛 연인인 ‘폴리’와 ‘다니엘’이 사랑하는 여자 ‘글로리아’가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따라서 사건의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사건의 행각 자체가 부각된 것은 아니며, 한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왜 굳이 ‘잭더리퍼’ 사건을?
많은 연쇄 살인범 중 굳이 ‘잭더리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유는 사건의 유명세에서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독 이 사건이 크게 알려진 이유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범행도 범행이지만 무엇보다 살해 방법의 잔혹성 때문이다. 매춘부를 매우 엽기적으로 살해해 현재까지도 범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124년이 지난 미제사건이라는 점은 더욱 흥미를 끌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대 어떻게 꾸며졌나
뮤지컬 ‘잭더리퍼’는 라이선스 공연이다. 하지만 본래 체코의 공연은 소극장 무대로 꾸며져, 국내에서 대극장 무대로 올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돼 국내 연출진은 대본과 무대 연출을 새롭게 바꾸었다고 한다. 따라서 창작 뮤지컬 제작에 준하는 재 창작 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라는 것. 이에 따른 제작진과 배우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배우 유준상은 “체코 공연 팀이 국내 ‘잭더리퍼’를 본 후, 이 무대를 그대로 체코에서 올려도 되겠냐고 말했다. 그 정도로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특히 ‘2중 회전 무대’가 매우 인상적이다. 대극장 공연장을 최대로 활용한 ‘2중 회전 무대’는 한 무대에 두 공간이 존재하는 듯한 빠른 장면 전환을 담아내 관객들을 쉴 틈 없이 그대로 무대에 빠져들게 한다.
공연은 소재의 자극성을 떠나 ‘사랑’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데에 흥미를 갖고 온 관객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공연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그대로 살려 마치 실제 사건이 일어난 런던 화이트채플(Whitechapel)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자연스럽다.
또한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살인마 ‘잭’ 역을 맡은 신성우, 김법래 두 배우의 열연은 기대 이상의 ‘잭’을 보여줄 것이다.
신성우, 유준상, 안재욱, 김법래, 성민, 송승현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잭더리퍼’는 8월 2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된다. 오는 9월에는 일본 도쿄 아오야마 극장 공연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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