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그레이 존]두산의 ‘멘탈 킹’ 정수빈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7.27 11: 33

지난 7월 24일 두산 베어스의 정수빈(22)이 LG전에서 상대 투수 리즈가 던진 공을 왼쪽 종아리에 얻어맞고 2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전반기 내내 한 번도 라인업에서 빠진 적이 없었던 정수빈의 이번 부상은 많은 아쉬움을 낳고 있다.
정수빈은 2009년에 1군 무대에 데뷔를 한 이후 비록 타격에서는 큰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지만, 수비와 주루에서는 무릎이 절로 탁 쳐지는 명품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안타로 출루해 호시탐탐 기회를 만들어 결국 홈에 들어오는 정수빈의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명장면이다. 뿐만 아니라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도 게임이 이제 시작인 것처럼 타석에 들어서는 정수빈은 정말 훌륭한 심리적인 능력, 소위 말해 ‘멘탈’,을 보유하고 있다.
입단한 첫해 1군 무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은 흔하지 않다. 프로에 입단한 신인 선수들은 처음에는 모두 꿈에 부풀어 있다. ‘나도 불러만 준다면, 써주기만 한다면’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막상 1군 무대에 서게 되면 그 자리에 어떻게 서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결국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1군과 2군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고된 기다림의 시기에 들어가는 선수들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정수빈은 입단 첫해에 1군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되었다.

정수빈은 두산에 2차 5순위로 지명 받아 입단했지만 그보다 앞서 지명된 선수들보다, 또 선배들보다 훨씬 빨리 제 자리를 찾았다. 그는 이종욱의 부상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집중해야할 곳에 집중할 수 있는 멘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수빈처럼 항상 진지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담백하게 집중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 내가 어떻게 보여 질 것인가와 같이 ‘타인의 시선’에 집중하게 될 경우 더욱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나의 평가가 내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손에 달려있다는 생각은 내 경기력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또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게 만든다. 그보다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이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괴리가 커지면 그만큼 확신이 안서고 불안감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을 늘려가면서 ‘해야 하는 것’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수빈은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선수이기에 꾸준하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그가 좀 더 타율을 높여야 하는 것은 그가 ‘해야 하는 것’이다. 그가 담장을 기어올라서 넘어가는 공을 잡아내고, 도루를 하고, 그라운드 홈런을 노리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주루 플레이와 수비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 자신감과 확신이 그가 ‘해야 하는 것’의 괴리나 부족함을 좁히고 채우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물론 데뷔 이후 정수빈도 중요한 경기에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래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부상을 입기도 하고,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멘탈 킹’은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움을 얻는 사람이다. 정수빈은 부상에서 회복해 곧 돌아올 것이고, 남은 경기들에서 계속 더 강해질 것이다.
/김나라 고려대 학생상담센터 상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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