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핸드볼 종목에서 역대 참가국 중 가장 많은 메달(7개, 금2 은 4 동1)을 따낸 한국의 남녀 핸드볼 대표팀이 2012 런던올림픽서 24년 만에 동반 메달의 신화를 재현하려 한다.
한국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구기 종목 가운데 남녀 대표팀이 동반 출전하는 종목은 핸드볼이 유일하다. 자연스레 시선은 지난 1988 서울올림픽 동반 메달(女 금, 男 은)의 영광을 재현하느냐다.
여자 핸드볼은 지난 1984 LA 올림픽서 은메달을 따낸 것을 기점으로 1988년과 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 연이어 정상에 오르는 등 총 2개의 금메달과 3개의 은메달, 1개의 동메달을 따내며 그간 한국이 올림픽 구기종목에서 올리지 못했던 눈부신 업적을 이뤄냈다.

여자 핸드볼을 논할 때 '우생순'(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2004 아테네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서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당시 세계최강이던 덴마크에 석패하며 눈물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아름답고도 눈물 겨운 스토리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져 온 국민에게 슬픔의 감동이 줄 수 있는 기쁨을 선사했다. 이제 여자 대표팀은 런던에서 눈물의 감동이 아닌 기쁨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대표팀 주장 우선희(34, 삼척시청)와 에이스 김온아(24, 인천시체육회)는 "국민들이 많은 성원을 해주시는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으며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것임을 약속했다.
런던올림픽에서 핸드볼은 조별리그에 이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진다. 12개 팀이 2개 조로 나눠 풀리그를 치른 후 상위 4개 팀이 8강에 오른다. 세계랭킹 8위인 여자 대표팀은 노르웨이(5위), 덴마크(6위), 프랑스(11위), 스페인(16위), 스웨덴(19위)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유럽의 강호와 한 조에 속해 부담감이 적잖지만 자신감으로 승화시켰다. 강재원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4개월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고 무언가 이룰 시기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20년 만의 금메달을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도 단행했다. 우생순의 주인공 중 우선희(34, 삼척시청) 문경하(32, 경남개발공사) 최임정(31, 대구광역시청) 김차연(31, 오므론) 등 단 4명만이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주축은 김온아와 조효비(21) 류은희(22, 이상 인천시체육회) 등의 젊은 피들이다.
유럽의 큰 신장과 강한 힘에 맞설 대비책도 내놨다. 강재원 감독은 "빠른 전술이 중심이다. 상대의 큰 키와 강한 힘을 무너뜨릴 14개의 포메이션과 디펜스를 준비해 놨다"며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밝혔다.
여자 핸드볼의 빛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남자 핸드볼 대표팀도 24년 만에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독기를 품었다.
올림픽 5회 출전에 빛나는 한국 핸드볼의 '살아있는 전설' 윤경신(39)은 그 중심에 서 있다. "주축은 후배들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팀이 안 풀렸을 때 짧게나마 나가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조커의 임무를 맡을 것이다"고 설명한 윤경신은 "몇 분을 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언제 어느 상황이나 뛸 수 있도록 대기할 것이다"고 결연에 찬 각오를 보였다.

하지만 여자 대표팀보다 더욱 험남한 조별리그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랭킹 19위의 한국은 덴마크(4위), 세르비아(5위), 헝가리(7위), 스페인(8위), 크로아티아(10위) 등 유럽의 강호들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메달권에 가기 위해서 유렵의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최석재 남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한 명에 의존하기보다는 모든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강호들과 한 조에 속했지만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며 하나로 똘똘 뭉쳐 유럽의 벽을 허물 것임을 강조했다.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여자 대표팀은 오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7시 15분 스페인과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고, 남자 대표팀은 29일 오후 7시 15분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메달 사냥의 첫 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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