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니아 김진욱 감독, 하루 5잔으로 줄인 사연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7.28 07: 15

두산 베어스 김진욱(52) 감독은 유명한 커피 마니아다. 코치 시절부터 마시기 시작한 커피는 그 양이 늘어가 하루에 30잔씩 마셨다. 김 감독이 즐기는 커피는 캔 커피, 그래서 감독실 냉장고에는 여러 종류의 캔 커피가 가득하다. 주위에선 혹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걱정하지만, 김 감독은 병원 검진결과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김 감독은 그렇게 즐겨 마시던 커피 양을 줄였다. 김 감독은 27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잠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하루에 마시던 커피 양을 줄였다. 요즘엔 하루에 5잔에서 6잔밖에 안 마신다"고 말했다. 이유는 역시 건강 때문이다.
최근 김 감독은 주위에서 '감독을 맡은 뒤 더 늙은 것 같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한다. 역시 스트레스가 이유다. 26일 현재 두산은 44승 39패 1무, 승률 5할3푼으로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뀔 정도로 2위부터 6위까지 순위싸움이 치열하다. 선두 삼성이 2위권과 5.5게임으로 치고 나간 가운데 김 감독은 "삼성을 꺾어야 우승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삼성을 잡겠다는 목표 보다는 우리 힘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열한 순위싸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김 감독을 괴롭히는 건 선택의 순간이다. 프로야구 감독은 경기가 벌어지는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투수를 교체해야 할지, 어떤 작전을 내야 할지, 심지어는 볼 배합에 대한 선택도 해야만 한다. 감독은 선택에 대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그렇기에 감독은 스트레스와 항상 가까이 붙어있다.
그래서 한 야구 관계자는 "프로야구 감독들은 속이 말이 아니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누우면 머릿속에 그날 경기가 그대로 떠오른다고 한다. 그러면서 잠이 안 오는데 술을 마실 수밖에 없다고 한다. 술기운에 잠을 청하는 날이 반복되다 보면 금방 건강을 해친다"고 감독들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술을 안 마시는 대신 커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이제까지 고수했다. 하지만 두산 감독을 맡은 지 반 년 만에 스트레스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고 한다. 김 감독은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콜레스테롤, 혈압, 간수치 등 건강에 관련된 수치가 모두 안 좋게 나왔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선에 있다고 나오더라"면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커피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끊어보고 싶지만 힘들다"고 말했다.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다. 적당한 커피는 카페인의 작용으로 정신을 맑게 해 주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을 마시면 자칫 카페인 중독이 올 수도 있다. 실제로 프랑스의 대문호 오노레 드 발자크는 하루에 50잔 씩 마시며 작품 활동을 했는데 나중에 건강이 나빠져 고생을 했다. 발자크가 평생 마신 커피의 양은 약 5만 잔 이라는 통계도 있다. 김 감독이 즐겨 마시는 캔 커피에는 한 캔당 각설탕 2개 정도가 들어있다. 커피를 줄인 건 김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김 감독에겐 시원한 캔 커피보다 두산의 승리가 더 청량감을 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잘 하는 팀도 10번 싸우면 3번은 지는 게 야구다. 올 시즌처럼 치열한 순위싸움이 더해지면 스트레스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캔 커피 한 잔에서도 프로야구 감독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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