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쪽 공에 약점을 지적받던 타자. 약간 존에 들어오는 실투성 공이기는 했으나 확실하게 뻗는 타구를 때려내며 약점을 상쇄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주전 유격수 김상수(22)의 선제 결승 3루타는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상수는 지난 27일 목동 넥센전에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2회 2타점 우중간 선제 결승 3루타를 때려내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팀의 5-4 승리에 공헌했다. 5월까지 빈타로 아쉬움을 사던 김상수는 7월 한 달간 14경기 3할2푼1리 53타수 17안타 6타점으로 공격 면에서도 무서운 유격수로 활약 중이다.
올 시즌 김상수의 성적은 81경기 2할6푼3리 2홈런 27타점 18도루.(27일 현재) 강정호(넥센), 김선빈(KIA) 등이 워낙 좋은 타격 성적을 보여주고 있어 가려진 감이 있으나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로서 나쁘지 않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빈타는 이제 김상수에게 먼 나라 이야기다.

특히 3루타 순간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김상수는 이전까지 움츠린 듯한 폼인 크라우칭 스탠스로 투수들을 공략해왔다. 왼발이 오른발보다 조금 더 앞으로 향한 상태에서 스윙 시 발이 크로스되고 회전력이 빨라지면서 타격 시 순발력을 높여주지만 바깥쪽으로 향하는 공에 힘이 확실하게 전달되기는 힘들다. 한 야구인은 김상수에 대해 "움츠러든 듯한 타격폼이라 아웃코스 공은 잘 공략하지 못하는 것 같더라"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상대 선발 김영민으로부터 때려낸 3루타 타구는 달랐다. 볼카운트 2-1에서 김상수는 김영민의 공이 바깥쪽에서 약간 몰린 코스로 향하자 발을 내딛는 순간 왼발을 뒤로 향하게 하는 오픈 스탠스로 바꿨다. 양 발의 착지 폭이 넓어지면서 하체가 몸을 지탱하는 폭이 넓어지고 그만큼 공이 정타로 맞을 시 비거리가 늘어나는 타격이다.
타 구단 전력분석원은 "김상수의 약점 중 하나가 바깥 코스 공이었는데 스탠스를 바꿔서 공략해내는 모습에 놀랐다"라고 밝혔다. 김영민이 공을 던지기 전까지 김상수는 기존의 크라우칭 스탠스에서 공을 기다렸으나 왼발을 들었다가 내려놓는 순간 발은 오픈 스탠스가 되어있었다.
경기 후 김상수는 "최근 방망이 감도 좋아서 적극적으로 스윙했다. 내가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운 좋게 실투 들어와 좋은 타격으로 이어진 것 같다"라며 "최근 팀 분위기가 좋은 데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말로 선두 질주 중인 팀에 더 확실하게 공헌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뒤이어 김상수는 "올해 타격 부문에서의 목표는 특별히 없다. 꾸준히 출장하다보면 최소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올 것 같다"라는 말로 은근한 자신감을 비춘 뒤 "실책을 많이 줄이는 쪽으로 수비에 많이 집중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내야 심장부를 지키는 만큼 유격수로서 가장 중요한 미덕을 갖추겠다는 김상수의 각오다. 그러나 크라우칭 스탠스에서 오픈 스탠스로 유연하게 바꿔 밀어친 타구의 비거리를 높인 김상수의 결승타 순간은 분명 주목할 만 했다.
현실에 안주하는 이는 더 높은 고지를 밟을 수 없다. 환경의 변화에 유연한 모습을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타격폼에서 찰나의 임기응변으로 팀 승리를 이끈 김상수의 타격. 이는 그가 얼마나 좋은 유망주인지 알려주는 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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