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으로서 제 점수요? 안 좋겠죠. 우리 팀 성적에 나오잖아요.”
LG 주장 이병규(9번)가 27일 문학 SK전에서 4타수 3안타로 맹활약, 팀의 6-1 승리를 이끈 뒤 주장으로서 느끼는 고충과 각오를 전했다.
올 시즌 LG 최초의 민선주장으로 선임된 이병규는 현재 타율 3할5리로 여전히 타선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시즌 전 “개인 기록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팀의 4강 포스트시즌 진출만 생각하려 한다”고 각오를 전한 이병규는 팀이 추락하는 6월 중순부터 “내가 타율이 올라가니까 팀 성적이 떨어진다. 내 성적은 상관없다. 그저 팀 성적을 되돌리고 싶다”며 안타까움을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이병규는 올 시즌 지난 몇 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올해 이병규의 진면목은 그라운드가 아닌 덕아웃 안에서 드러난다.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분위기가 쳐졌을 때 이병규는 팀 내 모든 후배들을 챙기며 어깨를 두드린다.
이병규는 항상 후배들에게 ‘플레이를 임하기에 앞서 미리 준비할 것’을 강조했다. 이는 즉 공격에서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하는 것과 동시에 수비에선 상대의 진루를 차단하는 것과도 부합된다.
하지만 최근 LG는 반대였다. 주루플레이는 민첩하지 못했고 수비에선 실책으로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다. 그래도 이병규는 “아무리 힘들어도 해보자. 우리가 다른 팀에 비해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 경기 인상 쓰고 뛸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며 “아무리 인상 쓰고 힘들어해도 이기는 것은 아니다. 인상 쓰지 말고 해보자.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이겨보자”고 후배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LG 성적은 좋지 않다. 6월 중순부터 급격히 추락, 6연패와 7연패를 겪으면서 10번을 이겨낸 5할 승률 사수 본능은 이미 지나간 일이 됐다. 두산과 후반기 첫 3연전에서도 1승 2패로 열세에 놓였다. 그러나 이병규는 선수단에 경험과 도전을 강조한다. 후배 선수들이 승리든 패배든 여러 가지를 통해서 많은 것을 습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병규는 “내가 지금 주장을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후배들이 운동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주장으로서 내 점수는 안 좋을 것이다. 팀 성적이 곧 주장 성적이니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후배들을 이끌고 싶다. 내 목표는 우리 선수단 전체가 매 경기 한국시리즈 7차전처럼 열심히 뛰게 하는 것이다”고 나름의 목표를 정했다.
이병규의 다짐이 올 시즌 LG 전체에 전파되고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38살 베테랑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팀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병규의 도전은 개인의 성적이 아닌 팀 성적이다. 시즌이 종료된 시점에서 이병규의 도전이 성공할 지, 아니면 실패할 지 지켜볼 부분이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