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마련됐다.
한화가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2)의 선발 대성공에 활짝 웃었다. 바티스타는 지난 27일 광주 KIA전에서 한국 무대 데뷔 첫 선발등판, 5⅔이닝 2피안타 1볼넷 1사구 8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비록 팀이 0-1로 뒤진 6회 2사 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못했지만 팀의 4-1 역전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바티스타는 선발로서 흠잡을 데 없는 피칭을 펼쳤다. 5⅔이닝을 던지며 총투구수는 86개에 불과했다. 그 중 60개가 스트라이크로 비율이 69.8%에 달했다. 당초 우려한 제구난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주자 있는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실점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능력을 뽐냈다. 최고 155km 직구와 최저 126km 커브로 완급조절까지 과시했다.

이날 바티스타의 선발 기용은 사실 고육책이었다. 선발요원 5명중 3명이 한꺼번에 이탈해 있는 상황이었다. 박찬호가 허리 통증으로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른 가운데 유창식과 양훈이 각각 손목 통증과 컨디션 난조로 2군에 있었다. 선발 자리에 공백이 생겼고, 어쩔 수 없이 바티스타에게까지 선발 기회가 갔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날 바티스타의 기대이상 피칭에 한대화.감독은 "선발 기용이 성공적이었다. 앞으로 선발 기회를 더 줄 것"이라며 향후 바티스타를 선발로 활용할 계획을 드러냈다. 그 역시 "선발 기회가 주어지면 자신있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중간-마무리 등 경기 종반 타이트한 상황에서 등판에 부담을 느낀 바티스타는 오히려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티스타는 올해 마무리로 실망스런 피칭을 펼쳤다. 중간으로도 별다른 활약을 못했다. 션 헨이 퇴출된 마당에 바티스타의 활용도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선발 가능성을 보인 만큼 기존의 선발진의 경쟁 의식를 자극할 수 있게 됐다. 당장 28일 광주 KIA전에 선발등판하는 유창식과 다음주 복귀 예정의 양훈까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확실히 존재감을 어필해야 한다.
아울러 불펜에서 등판 시점이 오묘했던 불펜들도 역할이 분명해졌다. 바티스타가 선발등판한 이날 경기에서 마무리는 안승민이었다. 4-1로 리드한 9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3세이브째를 올렸다. 그는 "경기 마지막에 막는 것에 짜릿함을 느꼈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마무리투수로서 매력을 느껴가고 있는 것이다. 확실한 마무리로 고정되면 역할 의식도 분명해진다.
바티스타의 선발 대성공은 정체돼 있던 기존의 한화 선발진에 경쟁의식을 자극하고, 뭔가 불분명했던 불펜 투수들의 보다 확실한 보직과 등판시기를 잡는 이중 효과를 낳았다. 궁여지책으로 결정한 바티스타의 선발 전환이 한화에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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