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쟁이' 손아섭, 영글어가는 WBC 출전의 꿈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7.29 06: 53

"당연히 WBC 출전이 목표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24)은 욕심이 많은 선수다. 매년 높은 곳에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모든것을 바치는 유형의 선수다. 그러한 손아섭의 근성은 풀타임 3년 만에 그를 3할 타자, 3번 타자,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만들었다.
올 시즌도 손아섭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타율 3할1푼6리 3홈런 32타점 42득점을 기록 중인 손아섭은 시즌 초반 여러 타순을 오갔지만 이제는 익숙한 3번 자리에 뿌리를 내렸다. 올 시즌 목표는 최다안타 왕이다. 현재 손아섭은 정확하게 100안타를 기록하며 삼성 이승엽(102개)에 이어 최다안타 2위에 올라있다.

그런 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목표로 설정했다. 2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손아섭은 "내년 WBC에 꼭 출전하고 싶다. 국가를 대표해 다른 나라 선수들과 싸워보고 싶다"면서 "장기적인 목표는 WBC 대표선수에 이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다. 일단 WBC 대표팀에 들어간다면 아시안게임 출전도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 2013년 WBC 선수 선발 방법은?
내년 3월 벌어질 예정인 제 3회 WBC에 대해서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사항은 적다. 이제 조별리그 편성이 발표됐을 뿐이다. 한국은 대만·네덜란드·호주등과 한 조를 이루게 됐고 일본은 쿠바·중국·멕시코와 싸운다.
관심을 모으는 건 선수단 엔트리다. 아직 선수단 엔트리 규모에 대해 확정된 건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WBC 대회 조직위에서 아직 확정된 엔트리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고 확인했다.
2006년 1회 대회 때는 전체 WBC 엔트리가 30명이었다. 이 가운데 외야수는 송지만, 박용택, 이병규, 이종범, 이진영 등 5명이 선발됐다. 2회 대회 때는 30명의 엔트리가 너무 많아 아예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었다는 지적으로 엔트리를 28명으로 줄였었다. 엔트리 수는 줄었지만 오히려 외야수는 한 명 늘어난 6명이 출전했는데 김현수, 이용규, 이종욱, 이진영, 이택근, 추신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WBC와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는 KBO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밝히고 "아직 요강이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번 대회가 끝난 뒤에는 엔트리를 두고 큰 이견이 없었다. 28명으로 그대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WBC 출전 선수는 KBO 산하 기술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정해지게 된다. 김인식 위원장을 필두로 올 시즌 성적과 포지션별 배분을 염두에 두고 명단을 검토하고 있다.
▲ 추신수는 확실시, 나머지 자리는?
지난 두 대회를 봤을 때 이번 WBC에도 외야수는 5~6명가량 출전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추신수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무조건 명단에 포함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추신수는 올해 1번 타자로 변신에 성공, 팀 내 타율과 홈런 두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우리 대표팀의 가장 강력한 전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추신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소속팀이 차출에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의 구단들은 주축 선수들이 비시즌 기간에 무리하게 출전을 해 부상이라도 당할까 우려하는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당장 병역혜택이 급한 아시안게임 출전은 반기고, 실리는 적은 WBC를 거부한다면 여론의 비난에 봉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추신수의 출전 의지가 강하다.
포지션별로 따져보면 좌익수 김현수, 우익수 추신수는 유력 후보다. 올해 거물급 중견수들이 대체로 부진한 가운데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이용규와 박용택이 경쟁을 벌이는 판국이다. 외야 3자리 주인이 정해진다면 나머지 2~3자리는 타격도 중요하지만 수비 능력도 크게 강조된다.
현재로선 외야 백업 자리를 놓고 박한이, 손아섭, 김주찬, 김원섭 등이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추신수가 불참을 선언하거나 투수력 보강을 위해 외야 엔트리를 5명으로 줄인다면 판도가 또 달라질 수 있다.
 
▲ 공수겸장, 손아섭의 가능성은
올 시즌 외야수들 가운데 손아섭보다 타율이 높은 타자는 삼성 박한이(.328)와 두산 김현수(.324) 둘 뿐이다. 손아섭 역시 "올해 저보다 (타격)성적이 좋은 선수는 박한이 선배와 김현수 선배 둘 뿐이다"며 자신하고 있다. 그러면서 "외야 엔트리를 딱 3명만 뽑으면 내가 들어가긴 힘들다. 그렇지만 대략 5명에서 6명을 선발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안에는 꼭 들어가도록 올해 열심히 해야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손아섭은 올해 장타력이 다소 감소한 대신 수비에서 일취월장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손아섭이 올해 소화한 696 수비이닝은 전체 외야수들 가운데 1위 기록이다. 또한 손아섭이 위치한 우익수는 무엇보다 강한 어깨가 중요하다. 지난해 18개의 보살로 전체 1위에 올랐던 손아섭은 올 시즌도 보살 8개로 강견을 뽐내고 있다. 손아섭의 강한 어깨가 알려지며 이제는 상대 주자들은 쉽사리 다음 베이스를 노리지 않는다.
지난 27일 두산전은 강견 우익수의 실점 억제능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두산은 1회 2루에 발 빠른 오재원을 주자로 놓고도 김현수의 우전안타 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손아섭의 송구능력을 감안한 김민호 주루코치가 오재원을 세운 것. 또한 2회 무사 2루에서 주자 양의지는 이원석의 느린 우전안타 때 홈에 들어올 생각도 못했다.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나온 이종욱의 우익수 뜬공 역시 3루주자 양의지는 움직이지 못했다. 평범한 외야수였으면 모두 충분히 득점이 가능했지만 손아섭이었기에 실점을 막는 게 가능했다.
손아섭이 WBC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후반기 과제는 두 가지다. 우선 3할 타율을 유지해야 한다. 올해까지 3할을 넘기면 손아섭은 데뷔 후 3시즌 연속 3할 타자가 된다. 타격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눈을 떴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장타력을 보완해야 한다. 지난해 5할7리의 장타율을 기록했던 손아섭은 올 시즌 3할9푼6리까지 떨어졌다. 무려 1할 넘게 장타율이 내려간 것. 부상으로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후유증이지만 후반기에는 장타를 좀 더 보여줘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이뤄진다면 공수겸장 손아섭의 WBC 대표선수 선발은 꿈만은 아니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