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목표했던 세계신기록과 2대회 연속 금메달은 따내지 못했다. 또 라이벌 쑨양(중국)에도 패했다. 그러나 실격 판정 후 부담스러운 상황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그와 함께 최선의 레이스를 펼친 쑨양은 자신의 우상인 박태환을 넘어서면서 진정한 라이벌이 됐다.
박태환은 29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06의 자신의 최고기록에 못 미치는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쑨양은 3분40초14의 올림픽 신기록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에 대한 욕심 보다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메달색깔 보다 세계 기록을 달성한다면 자연히 금메달이 따라 올 것이라는 판단.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박태환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세계 기록 1개 이상을 가지고 있다. 세계 기록을 반드시 세워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라서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남자 자유형 400m 세계기록은 파울 비더만(26, 독일)이 수영복 모양·재질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기 전인 2009 로마세계선수권에서 세운 3분40초07. 올 시즌 최고 기록은 쑨양이 세운 3분42초31이었다.
특히 외신들은 박태환 보다는 쑨양이 금메달을 따낼 것이라 전망했다. 수영복 규제 이후 가장 빠른 기록을 보유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기록상 쑨양이 박태환을 앞섰던 것은 사실이다.
박태환의 400m 최고기록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기록한 3분41초53이다. 쑨양의 최고기록은 지난해 9월 중국수영선수권에서 기록한 3분40초29. 기록상 쑨양이 박태환에 앞섰다.
쑨양과 박태환은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 198cm의 장신인 쑨양은 유리한 신체적 조건을 통해 적은 스트로크 숫자인 평균 28회로 역영이 가능하다. 반면 박태환은 쑨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평균 31회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박태환은 자신의 단점인 킥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SK 전담팀 관계자도 "허리, 다리 근력, 복근 등이 좋아져 돌핀킥이 향상됐다"고 말했을 정도.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으나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일궈낸 결과이기 때문에 이번 은메달도 자랑스러운 것이다.
박태환은 쑨양과 400m 맞대결에서 처음으로 졌다. 쑨양 홈 중국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은 3분41초53으로 쑨양(3분42초47)을 누르고 금빛 역영을 펼쳤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도 박태환이 3분42초04로 쑨양(3분43초24)에 앞서 우승했다. 런던에서도 기록에서는 쑨양이 앞서지만 레이스에서는 박태환의 뒤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박태환은 예선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출발서 파울을 범했다는 이유로 부정 출발의 판정을 받은 것. 실격 처리되면서 낙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한수영연맹과 박태환측은 빠른 행보를 통해 이의를 제기했고 25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이 판정을 번복하기에 이르렀다.
부담이 컸던 박태환은 최선을 다해 레이스에 임했다. 출발도 좋았지만 초반 많은 신경을 쓴 탓에 막판 레이스서 쑨양에게 추월 당하고 말았다. 2대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박태환이었지만 부담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2위 자리를 지켜냈다. 쑨양에 비해 뒤지는 기록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역영을 펼치면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쑨양과 3번째 대결서 비록 박태환이 패배를 당했지만 기대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마지막까지 역영을 펼친 박태환은 "그저 최선을 다했다"라면서 자유형 400m 레이스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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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