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네덜란드 엠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대회서 박주영(아스날)은 쓴 맛을 봤다. 상대는 스위스였다. 당시에도 공격의 핵심이던 박주영은 스위스와 경기서 1-2로 패했다. 첫 경기서 패했던 당시 U-20 대표팀은 결국 조별리그서 탈락하고 말았다.
#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박주영은 다시 스위스와 만났다. 국가대표로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그는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스위스전에서 박주영은 트란퀼로 바르네타에 반칙을 범해 프리킥을 내줬다. 스위스는 박주영의 파울로 얻은 프리킥을 골로 연결했다. 결국 한국은 스위스에 0-2로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박주영은 스위스만 만나면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그만큼 기분좋은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런던 올림픽에서 만난 스위스는 무조건 꺾어야 한다. 멕시코와 첫 경기를 0-0 무승부로 마쳤기 때문에 2차전인 스위스전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다.
멕시코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박주영의 플레이는 좋지 않았다. '킬러'로서 골을 넣어야 할 그는 1년이 넘은 영국 생활에도 불구하고 젖은 그라운드를 이겨내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에 불안한 볼 트래핑이 이어지면서 기회를 얻지 못했다.
동료들에게 볼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도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결국 후반 31분 백성동(주빌로)과 교체됐다.
앞서 뉴질랜드(2-1) 세네갈(3-0)과 평가전에서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결정력을 뽐내던 박주영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자 팀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인 박주영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동반 부진도 생겼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이 멕시코전에서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펼친 것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은 스위스전을 앞둔 기자회견서 "1차전에서는 상대가 박주영에 대한 분석을 철저하게 하고 나온 것 같다. 미드필더에서부터 압박하면서 박주영이 고립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라고 설명하면서 "박주영의 상태는 멘탈적으로는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평가전에서 연속 골을 넣으면서 본선 첫 경기에 더 부담감을 가졌을 수 있다. 아니면 정반대로 너무 편안한 마음을 갖고 경기에 나서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대회 유럽예선에서 10승2무3패(22득점 10실점)의 빼어난 성적을 거둬 런던에 왔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21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등으로 돋보였다.
물론 핵심 선수들이 몇 빠졌다. 샤키리(21·바이에른 뮌헨), 샤카(20·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등의 출전이 무산되며 전력이 약화된 상태였다. 또 이를 대체할 선수로 팀에 합류했던 올리버 부프(취리히)가 가봉전에서 퇴장을 당하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스위스는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분위기가 좋았지만 동점골을 내줬다. 하지만 파상공세를 펼친 가봉을 상대로 스위스는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따라서 박주영의 활약이 절실하다. '악연' 스위스와 경기지만 결국 그의 발끝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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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벤트리(영국)=올림픽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