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천적 관계가 형성됐다.
KIA 에이스 윤석민(26)에게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28일 광주 한화전은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1-1로 팽팽히 맞선 6회 2아웃을 잘 잡아놓고 한화 '스나이퍼' 장성호(35)와 승부에서 결정적인 홈런 한 방을 맞은 뼈아팠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148km 직구가 가운데 높은 코스로 몰렸고, 장성호가 가운데 담장 넘어가는 비거리 125m 솔로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 윤석민 킬러가 된 장성호

지난 4월24일 광주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한화가 3-2로 리드한 5회 1사 2루 찬스에서 장성호는 윤석민의 2구째 가운데 높은 135km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우측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비거리 110m 투런 홈런을 때린 바 있다. 직구와 슬라이더로 구종은 달랐지만 장성호가 확실한 노림수를 갖고 들어간 것이 큰 타구가 됐다.
올해 장성호는 윤석민을 상대 9타수 6안타 타율 6할6푼7리에 홈런 2개와 2루타 하나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윤석민이 선발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3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폭발시킨 것이다. 올해 윤석민이 한화전 승리가 없는 것도 장성호의 영향이 크다. 장성호에게만 홈런 2개 포함 4타점을 내주며 고비를 못 넘겼다.
장성호는 2009년까지 KIA에서 윤석민과 한솥밥을 먹었다. 이후 2010년 한화로 이적한 첫 해에는 딱 한 번 맞붙어 뜬공으로 윤석민이 이겼다. 하지만 지난해 투수 4관왕을 차지한 윤석민을 상대로 11타수 3안타로 감을 맞추더니 올해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3년 통산 윤석민 상대로 21타수 9안타 타율 4할2푼9리를 때려내고 있다.
특별히 강한 이유가 무엇일까. 장성호는 "윤석민은 좋은 투수다. 특별히 강한 이유 없다"면서도 "타자마다 (상대성이) 맞는 투수가 있다. 내게는 윤석민이 그렇다. 나도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나"라며 웃어보였다. 이어 "윤석민처럼 좋은 투수에게는 직구든 변화구든 하나를 노리고 들어가야 한다. 오늘(28일)은 직구를 노리고 들어간 게 통했다"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밝혔다.

▲ 또 다른 투타 천적들은
최고의 클러치히터로 명성을 떨친 한화 한대화.감독도 "투수와 타자는 저마다 상대성이 있다. 유독 타이밍이 잘 맞는 상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상대도 있다. 나 같은 경우 현역 시절 언더핸드 양일환의 공을 정말 치기 어려웠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전설적인 국보급 투수 출신의 KIA 선동렬 감독도 태평양 포수 김동기에게 약했다. 1987년 5월5일 첫 대결에서 김동기는 선동렬을 상대로 4타수 3안타를 터뜨리더니 그해 9월25일에는 319이닝 연속 무피홈런 행진도 깼다. 1993년 4월29일에는 0-4로 뒤진 9회말 2사에서 극적인 동점 만루 홈런도 폭발시켰다.
지금은 일본으로 떠난 롯데 이대호(오릭스)도 롯데 4번타자 시절 SK 언더핸드 정대현(롯데)만 만나면 유독 맥을 못 췄다. 통산 55차례 맞대결에서 49타수 5안타 타율 1할2리 3볼넷 1사구 1희생플라이. 오히려 삼진 6개와 땅볼 23개 그리고 파울플라이 5개로 철저하게 눌렸다. 어떤 공이든 모두 칠 수 있을 것 같은 이대호도 이상하리 만큼 정대현의 공에는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말 그대로 천적 관계였다.
대한민국 대표 에이스 류현진(한화)은 최형우(삼성) 유달리 약하다. 최형우는 류현진에게 통산 36타수 15안타 타율 4할1푼7리 4홈런으로 강세를 보였다. 다승 1위 장원삼(삼성)은 이범호(KIA)에게 33타수 11안타 타율 3할3푼3리 4홈런으로 열세를 드러냈다. 올해 이범호가 완전치 않은 컨디션에도 5타수 2안타 1볼넷으로 장원삼을 눌렀다.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은 끈질기게 공을 커트하는 이용규(KIA)에 17타수 7안타 타율 4할1푼2리로 약했으며 박찬호(한화)는 김선빈(KIA)에게 6타수 4안타 1볼넷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고 외국인 투수로 꼽히는 벤자민 주키치(LG)는 손아섭(롯데)에게 19타수 10안타 타율 5할2푼6리로 난타를 당했다. 홈런 하나와 2루타 4개로 장타만 절반이 된다. 또 다른 특급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두산)는 큰 이병규(LG)에게 31타수 12안타 타율 3할8푼7리 2홈런으로 고전했다.
4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는 김태균(한화)은 김진우(KIA)에게 발목이 잡히고 있다. 김진우 상대로 통산 56타수 11안타 타율 1할9푼6리에 그치고 있다. 올해도 8타수 1안타로 거의 막혔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이용찬(두산)에게 9타수 무안타에 볼넷 하나를 얻었을 뿐 삼진 3개를 당했다. 일본 시절 공략하는데 애먹은 포크볼을 이용찬이 효과적으로 던진 탓이다. 또 좌완 박정진(한화)에게도 30타수 6안타 타율 2할과 삼진 8개로 당했다. 이외 '타격기계' 김현수(두산)는 차우찬(삼성)에게 33타수 5안타 타율 1할5푼2리로 열세이고, 이용규(KIA)도 이혜천(두산)에게 24타수 4안타 타율 1할6푼7리에 그쳤다. 올 시즌 최고타자로 꼽히는 강정호(넥센)는 송은범(SK)에게 통산 29타수 6안타 타율 2할7리로 약한데 올해도 4타수 1안타에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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