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구 후유증은 전혀 없었다. 삼진을 버리고 맞춰잡는 피칭으로 KIA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괴물 에이스' 한화 류현진(25)이 129구 완투승 이후 5일만의 선발등판에서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 류현진은 2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KIA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8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7-1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 24일 대전 롯데전에 이어 시즌 첫 연승으로 5승(5패)째를 거뒀다. 10승 목표의 절반을 채웠다.
이날 류현진의 등판은 129구 완투승 이후 5일 만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없지 않았다. 류현진은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 24일 대전 롯데전에서 9이닝 129구 완투승을 따냈다. 시즌 첫 완투승. 불펜에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투수가 없었고, 류현진 스스로가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그는 이날 등판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고 자신했고, 그 결과가 129구 완투승이었다.

4일 휴식을 취한 뒤 5일째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의 관건은 역시 투구수였다. 한대화 감독은 "투구수를 최대한 적게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 현진이 스스로도 투구수를 줄이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송진우 투수코치도 "현진이는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투수"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그 믿음과 기대대로 류현진은 능구렁이처럼 노련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탈삼진 129개로 이 부문 압도적인 1위였다. 9이닝당 탈삼진이 11.2개로 데뷔 후 최다. 힘이 있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피칭을 펼쳤다. 하지만 129구 완투승으로 체력을 안배해야 할 이날 경기엔 최대한 힘을 빼고 맞춰잡는데 주력했다. 커브와 슬라이더의 비중을 크게 늘렸고, 삼진을 잡기보다 배트를 유인해 범타를 유도했다. 이날 그가 잡은 삼진 3개는 올해 5이닝 이상 던진 경기 중 가장 적은 것이었다.
1회 안치홍, 2회 나지완, 5회 김상훈을 삼진으로 잡았을 뿐 나머지 타자들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다. 낙차 큰 커브와 서클체인지업으로 KIA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병살타 하나를 포함해 땅볼 아웃만 무려 12개. 변화구가 많았지만 높거나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줄이고 최대한 낮게 제구한 것이 잘 통했다. 전반적으로 KIA 타자들의 감이 떨어진 것도 큰 힘이었다.
이렇다 할 위기조차도 없었다. 2회 2사 후 최희섭에게 애매한 내야 안타를 맞았지만 바로 다음 타자 박기남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4회 안타 3개를 줬지만 선두타자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은 후 안치홍을 초구 빠른 직구로 병살타를 솎아냈다. 김상현-나지완의 연속 안타로 득점권 위기에도 몰렸지만 최희섭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7회에도 1사 이후 나지완을 안타, 박기남을 볼넷으로 출루시켰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내야 뜬공과 땅볼로 처리했다.
맞춰잡기의 진수로 투구수마저 줄인 류현진은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빠르고 힘있는 공은 흐름상 필요할 때에만 세게 던졌다. 최고 149km 직구는 40개를 던졌고, 커브(17개) 슬라이더(15개) 체인지업(15개)을 다양하게 변화구 위주로 던져도 류현진은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라는 게 증명된 한판. '능구렁이' 류현진다운 다재다능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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