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산 500홈런은 분명 고맙고 값진 기록이지만 공식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내 마음으로만 기억하겠다".
'국민타자' 이승엽(36, 삼성)이 한일 통산 500홈런을 달성했다. 이승엽은 29일 목동 넥센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1-1로 맞선 4회 넥센 선발 앤디 밴 헤켄의 3구째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펜스를 넘기는 솔로 아치(비거리 120m)를 터트려 한국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경북고를 졸업한 뒤 1995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승엽은 2003년까지 9시즌 동안 324홈런을 쏘아 올렸다. 2004년 일본 진출 후 2011년까지 8시즌 동안 159홈런으로 존재감을 떨쳤다. 9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이승엽은 시즌 17번째 아치를 쏘아 올리며 500홈런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한일 통산 기록이지만 장훈(504개) 다음으로 한국인 사상 두 번째이자 국내 첫 500홈런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개인 통산 500홈런은 136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배리 본즈(762개)를 비롯해 총 25명, 76년의 역사의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왕정치(868개) 장훈(504개) 등 7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현역 선수 중에서 500홈런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짐 토미(필라델피아), 매니 라미레스(오클랜드) 등 3명이고 일본인 선수 중에는 마쓰히 히데키(탬파베이)가 지난해 7월 미일 통산 500홈런을 돌파한 바 있다. 다음은 구단 홍보팀을 통한 이승엽과의 일문일답.

-한일 통산 500홈런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벤 헤켄은 까다로운 투수다. 직구가 높게 들어와 가볍게 쳤는데 홈런으로 이어졌다. 역시 배팅은 가볍게 해야한다.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다. 한일 통산 500홈런은 분명 고맙고 값진 기록이지만 공식 기록이 아니지 않나. 내 마음으로만 기억하겠다.
-가장 애착이 가는 홈런은.
▲500홈런 중 모든 홈런이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의 첫 홈런부터 일본에서의 첫 홈런과 개인 통산 300홈런 등.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2003년에 기록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56개)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는 그 홈런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홈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돌아올 생각은 없었다.
-국내 통산 400홈런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앞으로 도전해야 할 기록이지만 조용히 도전하겠다.
-복귀한 뒤 첫 여름인데 힘들지 않나.
▲힘들다. 요즘 지명타자로 주로 출전하지만 타격이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받는다.
-2002, 2003년 삼성과 지금의 삼성을 비교하자면.
▲지금이 훨씬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타격이 강한 팀이었다면 지금은 투타 조화가 잘 돼 있다. 질 것 같지 않은 팀이다.
-최근 지명타자로 주로 출전하는데 컨디션 조절에는 힘들지 않은가.
▲상관없다. 어떻게 보면 지명 타자가 편하고 어떻게 보면 1루가 편하다. 결과가 말해주지 않겠나. 모든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홈런왕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내가 홈런왕이 된다면 잘못된 것이다. 내가 되면 후배들이 분발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개인적으로 같은 팀의 박석민이 도전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한 번 홈런왕을 하면 자신감이 생겨 또 할 수 있다. 나는 부상없이 꾸준히 좋은 경기를 하는데에 만족한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이승엽 선수를 올해 홈런 1순위로 꼽는다.
▲아무래도 경험 때문에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이기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최대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국내 통산 400홈런 같은 기록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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