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은 박주영(아스날)의 머리와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의 발이었지만 조연이었던 '캡틴 구'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심장도 빛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코벤트리의 스타디움 오브 코벤트리에서 열린 스위스와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서 박주영과 김보경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1승1무를 기록한 한국은 멕시코에 골득실에서 1골 뒤진 2위에 올라 8강행 청신호를 밝혔다.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인 가봉과 경기서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으로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처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한 구자철은 최전방의 박주영(아스날), 좌우 측면공격수의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남태희(레퀴야)와 함께 한국의 공격진을 이끌었다.
참 많이 뛰었다. 두 개의 심장 '캡틴 박' 박지성을 연상시킬 정도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구자철은 상대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주연 같은 조연 임무를 수행했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전방에서는 강력한 압박으로 스위스의 예봉을 차단했고, 공격 시에는 유연한 몸놀림과 감각적인 패스로 공격의 물줄기를 텄다.
전반 37분 구자철의 진가가 발휘되는 멋진 장면이 나왔다. 중원에서 공을 잡은 구자철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뚫고 문전으로 침투하는 박주영에게 자로 잰 듯한 스루 패스를 건넸다. 박주영의 움직임과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완벽한 패스였다. 비록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기회는 무산됐지만 구자철의 감각적인 패스를 엿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후반 19분에는 결승골의 시발점이 됐다. 스위스의 오른쪽 측면을 허문 구자철은 문전을 향해 강한 크로스를 올렸고 공은 수비수의 몸에 맞고 굴절되며 문전 앞으로 떨어졌다. 이를 김보경이 발등에 제대로 얹히는 묵직한 슈팅으로 스위스의 골망을 흔들었다.
구자철은 2-1의 근소한 리드를 지키고 있을 때에도 한국의 위협적인 공격 작업에 모두 관여하며 만점 활약을 펼쳤다. 후반 30분 위협적인 침투 패스로 지동원의 강력한 왼발 슈팅을 도운 구자철은 6분 뒤에는 김보경의 패스를 받아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는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을 날리며 스위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홍명보의 믿음에 월등한 실력으로 보답했다. 지난 2009년 U-20 월드컵부터 홍명보 감독과 연을 맺으며 줄곧 주장 완장을 찼던 구자철은 캡틴다운 면모를 보였다. 가봉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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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