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사람 입장에선 엄청난 투수전으로 보였을 것이다. 타자들은 투수의 공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투수의 구위를 칭찬하는 말이 아니다.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LG의 시즌 15차전을 앞두고 한 베테랑 타자는 문학구장에서 낮 경기를 할 때마다 투수의 공이 보이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 타자는 28일에 열린 양 팀의 경기를 회상하며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문학구장에서 낮 경기를 할 때면 순간적으로 투수의 공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워낙 햇빛이 강한데 그림자가 그라운드의 일부분만 덮어서 투구를 놓치게 된다”고 혀를 내둘렀다.
문학구장은 낮 경기를 치를 경우, 그림자가 마운드를 대각선으로 가로 질러 형성된다. 때문에 타석과 마운드에 명암 차이가 발생되며 투수가 손에서 공을 놓을 때와 공이 타석으로 들어올 때 다르게 보인다. 이 타자는 “운전할 때 상당시간 터널에 있다가 밖에 나오면 순간적으로 눈앞이 하얗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백스크린의 폭을 넓히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28일 문학 SK-LG전에서는 양 팀의 선발 투수 데이브 부시와 이승우의 선발 대결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두 선발투수 모두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이날 양 팀이 기록한 안타도 합해서 8개에 불과했다. 당시 SK는 8회말 조인성의 적시타로 1-0 승리를 따냈다. 물론 양 팀 투수들이 예리한 제구력을 앞세워 호투한 것이 이날 투수전의 첫 번째 원인이겠지만 타자들 입장에서 좀처럼 투수의 공을 볼 수 없었다는 것도 커다란 원인이 됐다.
문학구장의 이러한 문제는 2002년 개장 당시부터 꾸준했다. 때문에 문학구장에선 낮 경기를 최대한 배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관중 동원 문제로 시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앞서 불만을 호소한 타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게 문제라면서 “타자들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백스크린이 있는데 백스크린이 전혀 안 보인다. 최근에는 백스크린 바로 옆에 광고판까지 생겼다. 광고판의 하얀 글자와 야구공이 겹칠 때가 있다. 저런 곳에 광고판을 놓은 걸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럴 겨우 타자가 선택할 방법은 두 가지 중 하나라면서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떨어지는 순간만 보고 공이 날아오는 부분을 예측하는 것’과 ‘그냥 공을 기다리면서 볼넷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구장은 한국 프로야구 구장 중 최신시설을 자랑한다. 잠실·사직 구장과 함께 2만5000명 이상을 수용하면서도 훌륭한 천연잔디와 배수시설을 자랑하는, 가장 자연친화적인 구장이다. SK구단은 외야에 ‘그린존’을 마련하여 관중들에게 기존 야구장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최초 설계 시 그라운드 각도 설정을 잘못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한 야구인은 문학구장이 옥의 티를 해결하기 위해 백스크린 부분 전체의 색깔을 동일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문학구장은 백스크린 부분부터 가운데 시멘트 부분, 그리고 기업 광고 문구 부분까지 삼등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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