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타격 부진 탓에 3년 만에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에. 롯데 외야수 전준우(26)는 인터뷰 내내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언젠가는 좋아 질 것이라는 긍정의 힘을 믿었다.
지난해 전 경기를 소화하며 데뷔 첫 3할 타율(.301)과 득점 1위(97개)를 차지했던 전준우는 올 시즌 타율 2할5푼8리(299타수 77안타) 3홈런 29타점 39득점 17도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전준우가 제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게끔 시간적 여유를 주기로 했다. 전준우는 2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이튿날부터 2군에 합류해 타격감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29일 오전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전준우는 "3년 만에 온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정말 괜찮을까. 그는 "안 괜찮으면 어떻게 하나"면서 "언젠가 드라마에서 '괜찮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전준우에게 올 시즌 부진 원인을 묻자 "제 아무리 작년에 전 경기에 뛰었어도 그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으면 조급해지기 마련"이라며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조급해진 게 사실"이라고 대답했다. 양 감독은 전준우의 2군행에 대해 "현재 (전)준우가 안정이 안 돼 있다. 밸런스가 무너졌으니 열흘 쉬면서 감각 찾으라고 2군을 보낸 것"이라며 "이번 경험은 본인이 커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3년 만의 2군행 통보를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여겼다. "열흘이 될지 한 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잘 만들어 올라 가겠다"고 각오를 다진 전준우는 "줄곧 경기만 뛰다 보니 여유가 없었다. 이곳에서 여유를 되찾으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타격감 회복을 위한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말 그대로 힐링 캠프였으면 좋겠다. 힐링이 될 수 있고 돼야 한다"고 힘줘 말한 뒤 "이곳에서 훈련량을 늘릴 생각이다. 이곳에서 방망이를 많이 치고 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전준우는 성적 부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마음 고생이 심하다. 심성이 바른 전준우이기에 주변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짠하다. 롯데 스카우트 출신 윤동배 상동구장 소장은 "준우에게 '2군 일정이 힘들 수도 있다'고 했더니 '2군에서 오래 뛰었잖아요. 괜찮아요. 열심히 할게요' 그러더라. 하루 빨리 제 모습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선전을 기원했다.
그럼에도 전준우는 "누구나 마음 고생을 한다. 이만큼 (마음 고생을) 하지 않는 야구 선수는 없다"고 겸혀히 받아 들였다.
이강돈 2군 타격 코치는 "타격 자세가 흐트러졌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많이 지쳐 있는 모습도 보인다"며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건 기본 훈련 뿐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워낙 착실하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인 만큼 빨리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코치는 전준우의 타격감 회복을 위해 1대1 지도 뿐만 아니라 꾸준한 대화를 통해 부진 탈출을 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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