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1위 반전' 한화, 가장 달라진 건 멘탈이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7.30 06: 48

역시 야구는 멘탈 스포츠였다. 
최하위 한화가 후반기 최고의 팀으로 떠올랐다. 한화는 후반기 첫 3연전에서 롯데에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거두더니 KIA를 상대로는 싹쓸이 승리를 가져갔다. 후반기 성적 5승1패. 리그 1위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몰라보게 달라진 경기력으로 탈꼴찌 희망을 키우며 4강 순위 싸움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부 기록을 보면 투타·밸런스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2.67로 두산과 공동 1위에 올랐고, 팀 타율은 3할에 육박하는 2할9푼5리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실책은 하나밖에 없다. 경기당 평균 5.0득점을 올리며 2.7실점으로 막아내고 있다. 5승 중 3승이 역전승일 정도로 지난해의 끈질김을 되찾았다. 

최악의 전반기로 개막후 한번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화였다. 후반기에도 인적 구성은 달라진 게 없다. 기존의 선수들이 후반기에도 그대로 뛰고 있다. 대체할 만한 선수들도 없고, 결국 이들이 자신들의 몫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전반기와 비교할 때 크게 달라졌다. 에이스 류현진이 첫 스타트를 성공적으로 끊은 게 발판이었다. 
한대화 감독은 "팀 성적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오히려 선수들의 부담감이 줄었다. 시즌 초반보다 여유가 생겼다. 움직임 자체가 달라졌다"고 이유를 찾았다. 최하위 자리가 굳어지고, 순위 싸움에서 멀어지자 오히려 천근만근 어깨를 짓누른 부담감이 사라졌다. 눈앞의 1승1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맘껏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용철 KBSN 스포츠 야구 해설위원도 "작년에 한화가 얼마나 재미있고 야구를 잘했나. 야구는 멘탈 스포츠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을수록 좋다. 시즌 전부터 한화가 4강과 우승을 강조하다 보니 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위축된 게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즌 초반 이상하리 만큼 공수주에서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가 속출한 것도 결국 심리적인 탓이었다. 
지난해 한화는 유력한 최하위 후보로 꼽혔고, 4월 한 달간 6승16패1무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우려를 현실로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밑바닥까지 떨어지자 오히려 부담감을 떨치고 오기로 승부했다. 역대 최다 11차례 끝내기 승리는 잃을게 없는 선수들과 팀이 만든 드라마였다. 마음을 비운 그들은 객관적인 전력 그 이상을 보여줬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박찬호·김태균·송신영을 대거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고, 구단 고위층에서는 "4강을 넘어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객관적인 전력 자체는 아직 보완해야 할 게 많았지만 속이 아니라 겉에만 주목한 게 문제였다. 부담만 잔뜩 안은 채 시작했다가 깊은 수렁에 빠졌고 헤어나는데 수개월이 걸렸다. 
한화 구단은 이달초 한대화 감독을 재신임하며 뒤늦게 현실을 인식했다. 선수단은 성적 자체를 떠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갔다. 후반기 1위에는 투타 안정과 함께 부담을 떨치고 오기만 남은 마음가짐에 있었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였고, 이제야 깨달은 독수리도 뒤늦게 비상 시작했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48경기가 더 남아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