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이 포기를 모르는 남자가 됐다. 류현진은 지난주 시작과 끝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24일 대전 롯데전에서 9이닝 동안 127개 공을 뿌리며 눈물 겨운 시즌 첫 완투승을 따냈고, 불과 4일 휴식을 취하고 5일 만에 나온 29일 광주 KIA전에서도 7이닝을 87개의 공으로 무실점 역투했다. 한화는 두 경기 모두 이겼다. 한대화 감독은 "역시 류현진"이라고 격찬했다.
에이스란 무엇인지 보여준 한 주였다. 후반기 첫 경기부터 타이트한 상황에도 "맞아도 내가 맞는 게 낫다"며 경기의 시작과 끝을 직접 책임졌다. 팀 사정상 129구 완투승 이후 불과 4일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삼진을 잡는 파워피칭 대신 변화구로 맞춰잡는 피칭의 진수를 보여주는 능수능란함을 자랑했다.

류현진은 능구렁이답게 "일부러 삼진을 안 잡은 게 아니다. 힘 빼고 던진 것도 아니다"며 핵심을 피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팀과 자신 모두 이겼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이길 수 있게 던졌다.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했다. 첫 연승이라고 해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겨야 한다"며 '이기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만큼 승리에 목말라있다.
후반기 류현진의 투지는 한화를 일깨웠다. 후반기 스타트를 성공적으로 끊으며 분위기를 탔다. 후반기 6경기에서 5승1패 가파른 상승세. 류현진이 불펜의 부담을 확실히 덜어주자 구원투수들은 다른 타이트한 경기에 아껴 쓸 수 있게 됐다. 야수들도 공수에서 집중력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해 보여준 끈질김이 스며들어간 것이다.
분위기를 바꿔 놓은 에이스 류현진은 포기를 모른다. 그는 "지금처럼 계속 이기면 우리도 4강 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최하위 한화는 7위 LG에 4경기차이며 공동 4위 SK·넥센에 8.5경기차로 뒤져있다. 탈꼴찌가 현실적인 목표이고, 4강은 거의 물건너간 상황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포기보다는 도전을 강조했고, 이것이 지금 한화의 전체 팀 분위기로 번졌다. 한화 선수들은 "우린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류현진이 포기를 모르는 건 팀 성적 뿐만이 아니다. 에이스의 자존심이라는 시즌 10승과 개인 통산 100승에도 뜨거운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시즌 5승, 통산 94승을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은 "시즌 10승 아니 통산 100승할 때까지 연승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이기고 싶고 꼭 이길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의욕차게 말했다.
여기에는 최소경기 100승 기록도 있다. 역대 한국프로야구 최소경기 100승은 김시진 넥센 감독이 삼성 시절 기록한 186경기. 류현진은 통산 180경기에서 94승을 거두고 있는데 앞으로 치러질 6경기에서 모두 다 승리투수가 되어야 타이기록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작은 가능성과 확률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택했다. 에이스의 마음가짐은 곧 팀의 분위기로 전파됐다.
독이 아주 바짝 올라있는 괴물 류현진. 전반기 지독한 불운 딛고 일어선 류현진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가 되어있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