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김경언 사례로 본 친정팀에 강한 선수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7.30 10: 42

프로 스포츠에서 종종 쓰는 표현으로 '친정팀에 비수를 꽂다'는 말이 있다. 팀을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한 프로 스포츠에서 전 소속팀을 상대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친정팀을 울리는 선수들이 많다. 지난 주말 KIA를 싹쓸이 패배로 몰아넣은 한화 장성호(35)와 김경언(30)이 그랬다.
▲ 호랑이 천적이 된 장성호·김경언
한화 한대화 감독은 29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재미있다는 듯 웃어보였다. 타격 연습에 한창인 장성호와 김경언을 보고 "KIA에서 트레이드돼 온 두 녀석이 다했다"고 한마디했다. 하루 전이었던 28일 경기에서 한화는 KIA 에이스 윤석민을 상대로 3-1 역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는데 1-1 동점으로 맞선 6회 2사 후 장성호-김경언의 백투백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29일 경기에서도 김경언이 3회 2-0으로 달아나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고, 장성호가 5회 쐐기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한대화 감독은 "연이틀 장성호와 김경언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며 흡족해 했다. KIA와의 주말 3연전에서 장성호는 12타수 5안타 타율 4할1푼7리 2홈런 3타점을 쳤고, 김경언도 10타수 3안타 타율 3할 1홈런 2타점으로 뒷받침하며 싹쓸이 승리를 합작했다.
장성호와 김경언은 지난 2010년 6월8일 3대3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서 한화로 넘어왔다. 이후 KIA를 만날 때마다 눈에 불을 킨다. 장성호는 KIA전 통산 36경기에서 타율 3할3리 5홈런 17타점을 때렸다. 홈런 5개 중 4개가 올해 터졌다. 김경언도 KIA전 통산 32경기 타율 2할5푼 1홈런 8타점을 기록 중인데 올해 13경기에서 타율 3할2푼4리 1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이다.
두 선수 모두 "KIA에 강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나도 잘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1996년부터 몸담은 장성호나 2001년부터 함께 한 김경언은 10년 이상 KIA에서 뛴 만큼 투수에 대해 장단잠을 파악하고 있다. 장성호가 윤석민에 강한 것도 한 이유. 무엇보다 마음가짐을 빼놓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장성호와 김경언 모두 KIA에서는 자리를 잃은 선수들이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팀을 떠날 때 안 좋게 떠났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 친정에 강한 또 다른 선수들은
FA가 돼 10년 몸담은 두산을 떠나 2009년부터 롯데에 새둥지를 튼 홍성흔은 두산전 통산 57경기에서 타율 3할3푼8리 13홈런 54타점으로 초강세를 보였다. 홍성흔의 FA 보상선수로 롯데에서 두산으로 옮겨간 이원석도 롯데전 통산 62경기에서 타율은 2할5푼7리이지만 7홈런 24타점으로 결정력을 자랑하며 윈윈 효과를 거뒀다.
LG 출신의 이용규·김상현(이상 KIA)·박병호(넥센)도 같은 케이스. 2004년 데뷔 첫 해 LG에서 뛰었으나 시즌 후 KIA로 트레이드된 이용규는 LG전 통산 타율 3할1푼9리 152안타 2홈런 58타점 32도루로 종횡무진 맹활약했다. 타율·안타·홈런·타점·도루 모두 LG를 상대로 최고 성적을 냈다. 9년간 LG에서 뛰다 2009년 4월 고향팀 KIA로 복귀한 김상현도 LG전 통산 48경기에서 타율 3할9리 9홈런 38타점을 올렸는데 상대팀 중 유일하게 3할대 타율을 기록한 팀이 LG다.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넥센으로 팀을 옮긴 박병호는 LG전 19경기 타율은 2할1푼1리로 낮지만 1홈런 15타점으로 결정력을 발휘했다.
넥센 출신의 정성훈·황재균도 친정팀에 잘 쳤다. 2008시즌 후 FA가 돼 LG로 이적한 정성훈은 넥센전 통산 63경기 타율 3할 5홈런 38타점을 때렸고, 2010년 전반기 막판 롯데로 넘어간 황재균도 넥센전 통산 31경기 타율 3할5리 1홈런 9타점 10도루 활약했다. 지난해초 10년 정든 한화 대신 KIA와 계약한 이범호도 한화전 23경기에서 3할5푼6리 2홈런 16타점으로 펄펄 날며 3루수 갈증에 시달린 한대화 감독으로부터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타자들에 비해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친정팀 강한 케이스가 많지 않다. 지난해 한화에서 LG로 트레이드 된 유원상이 한화전 7경기에서 3홀드를 올리며 12⅔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는 게 눈에 띈다. 한화전 피안타율은 1할9푼에 불과하다. 롯데 김성배도 올해 두산전 8경기 6⅔이닝 무실점 역투. SK 임경완도 롯데에 5경기 6⅔이닝 무실점이다. 넥센 심수창도 LG전 4경기에서 1패를 안았지만 11이닝 2실점(1자책)으로 평균자책점은 0.82에 불과하다. 
넥센 출신의 투수들은 친정팀에도 준수한 피칭을 펼쳤다. 한화 마일영은 넥센전 15경기에서 1승1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2.53으로 잘 막았다. 삼성 장원삼 역시 넥센전 10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했다. 롯데 고원준도 넥센을 상대로 8경기에서 3승2패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이 5.14로 높다. 장원삼 트레이드 때 넥센으로 간 박성훈이 삼성전에서 11경기 11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82로 안정감있는 피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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