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텼네요. 재수가 좋았지요".(웃음)
데뷔 10년 만에 선발로 빛을 보는 데 대해 그는 언제나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선발로서 경기 내용이나 팀 사정을 생각하면 실제 효용성은 에이스급이다. 두산 베어스의 '대기만성 선발' 노경은(28)의 2012시즌 커리어하이 활약도는 굉장히 알차다.
노경은은 지난 28일 잠실 롯데전서 7이닝 5피안타(탈삼진 2개)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두며 팀이 2위 자리를 지키는 데 공헌했다. 올 시즌 노경은은 32경기 6승 4패 7홀드 평균자책점 3.29(30일 현재)를 기록 중. 한 시즌 6승은 지난 2003년 프로 데뷔 이래 이미 최다 기록이다.

특히 노경은의 선발 성적을 보면 대단한 수준. 셋업맨으로 올 시즌을 시작했으나 불안한 경기 내용과 임태훈의 부상 낙마 등으로 인해 6월 6일 잠실 SK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노경은은 선발 8경기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 중이다. 14일 문학 SK전서 4⅓이닝 6피안타 7실점 6자책으로 무너진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7경기서 제 몫 이상을 했다.
세부 기록은 더 알차다. 노경은은 선발 51⅔이닝 동안 탈삼진 50개를 뽑아냈고 피안타율도 2할3리에 그친다. 소화 이닝 절반 이상을 넘는 사사구 29개 정도만이 옥의 티일 뿐. 150km을 상회하는 직구에 슬라이더-포크볼 조합이 위력을 발휘하며 파이어볼러 선발의 매력도 물씬 풍기는 노경은이다.
규정이닝에 한참 모자라지만 선발로서 2.96의 평균자책점은 동료 이용찬(2.73)에 이은 전체 투수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참고 스탯 중 하나인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으로 봐도 노경은의 기록은 3.76으로 우수한 편이다. 사사구 허용 정도를 제외하면 노경은은 선발로 굉장히 내실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크볼이라는 신무기를 장착하면서 자기 공을 믿을 수 있게 된 것이 올 시즌 노경은이 얻은 가장 큰 수확. 이전까지 노경은은 좋은 공을 갖고도 '불펜에서는 에이스', '패동렬(지는 경기에서 호투)'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들어왔으나 이제는 1군 선발로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상이 없다면 10승 고지 등정도 노려볼 만한 노경은이다.
"2군에서는 예전부터 이런 경기는 자주 했거든요. 7이닝 1실점, 7이닝 2실점 이런 경기요. 그런데 1군에서 거의 그 정도 급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꼭 2년 전 야구를 완전히 놓아버릴 뻔 했던 노경은은 '미운 오리'에서 선발진의 '백조'로 날개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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