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드윅’에 오르는 박건형은 무대를 “가장 냉혹하고 두려운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30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헤드윅’의 연습실 공개 현장에는 김민정 연출과 배우 오만석, 박건형, 이영미, 안유진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건형은 지난해 뮤지컬 ‘조로’에 이어 이번 ‘헤드윅’ 무대에 오르는 소감에 대해 “영화나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을 다 하고 있지만, 내가 무대에서 처음 시작했기 때문에 무대가 가장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가장 냉혹한 곳이고 두려운 공간이라고 느끼는 곳이 바로 무대다”라며, “그와 동시에 무대와 연습실은 판타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내겐 그런 의미가 있어서 무대에 설 때 많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또한 ‘헤드윅’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20대 때 ‘헤드윅’을 못 했던 건 내가 그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공연 속 ‘헤드윅’과 지금 내 나이가 같고, 지금쯤이면 조금은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두려움은 있지만 동료 배우들과 연출진 등 많은 분들이 용기를 주셔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건형은 이번 공연에서 오만석과 함께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록 가수 ‘헤드윅’으로 더블 캐스팅 됐다.
공연의 연출은 맡은 김민정 연출은 박건형을 “터지기 일보 직전의 활화산 같다”고 표현하며, “오만석에게는 원숙하고 깊은 느낌의 색감으로 의상을 준비 중이며, 박건형은 시크하고 아가씨 같은 차가운 느낌으로 접근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건형은 “‘헤드윅’을 준비하며 처음 브레지어를 착용하고 원피스를 입어 봤다”며, “치마를 입었을 때 밑이 뻥 뚫려서 다리 사이로 태풍이 부는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끝으로 그는 “처음에는 ‘헤드윅’이 성적소수자에 대한 위로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정리해 보니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걸 느끼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치고 지나갔다”며, “그래서 나도 ‘헤드윅’을 준비하며 치유가 되고 있고, 공연보러 오는 분들도 개인적인 외로움과 존재감, 정체성에 대해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헤드윅'은 오리지널 캐스트이기도 한 존 카메론 미첼이 대본과 가사를 쓰고, 오리지널 기타리스트인 스티븐 트래스크가 곡을 붙인 록 뮤지컬이다. 동독 출신의 실패한 트랜스젠더 록 가수 '헤드윅'이 그의 남편 '이츠학', 록 밴드 '앵그리인치'와 함께 펼치는 콘서트 형식의 작품으로, 싸구려 의사로 인해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동베를린 출신의 트랜스젠더 로커 '헤드윅'의 이야기를 그렸다.
오만석, 박건형, 이영미, 안유진이 출연하는 록 뮤지컬 '헤드윅'은 8월 11일부터 10월 21일까지 KT&G 상상아트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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