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판정번복이 보여준 유도 '바보 선언'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7.31 09: 01

"심판들이 착각을 한 것 같다. 절차상에는 하자가 없다."
판정 번복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준호(24, KRA)와 일본 에비누마 마사시(22)의 남자 유도 66kg급 8강전에 대해 대한유도회가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은 곧 유도계 스스로 '바보 선언'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놀랍고 흥미롭다.
문원배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은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유도 66kg급 동메달리스트 조준호의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 전날 8강전에서 판정 번복 끝에 조준호의 0-3 패배를 선언한 심판진의 판정에 "옳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당시 에비누마의 공격이 비디오 판정 결과 심판진에 의해 인정되지 않아 유효가 취소되면서 이날 주심과 2명의 부심은 3-0 만장일치로 조준호의 판정승을 선언했다.
그러자 경기장 밖에서 비디오 판독을 한 후안 카를로스 바르코스 심판위원장이 3명의 심판에게 "에비누마의 기술은 유효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 판정을 번복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주심과 2명의 부심은 바로 전 판정을 번복, 만장일치로 에비누마의 판정승을 확정했다.
문 위원장은 "유도에선 유효 10개를 따도 절반 하나를 따라갈 수 없다. 우세한 경기를 했어도 (연장전에서) 유효에 가까운 큰 포인트의 동작이 있었다"면서 "(조준호에게 내려진 처음 3-0 승리 판정은) 심판들이 착각을 한 것 같다. 절차상에는 하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위원장은 "연장에서 (에비누마가)유효에 가까운 큰 포인트 동작이 있었다. 아무리 공격이 많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어도 그에 상응하는 페널티가 (상대에게)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유효에 가까운 상황에 큰 포인트를 주게 돼 있다. 그것이 규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 위원장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판정을 번복할 수 있는 절차가 만들어졌다"며 판정을 뒤집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도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제유도연맹(IJF)은 8강전에서 판정을 뒤집은 것에 대해 "최종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는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바르코스 심판위원장 역시 "심사위원 전원이 의심할 여지 없이 에비누마가 우세라는 판단이었다"면서 "유도 정신을 지키기 위해 심판에게 지시를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경기장에서 심판진에 항의를 했던 정훈 한국 남자 유도대표팀 감독은 규정도 모른 채 거센 항의를 한 것이 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판정을 번복할 수 있는 절차가 만들어진 것도 모른 채 경기에 나선 셈이 되기 때문이다.
또 당시 판정을 내린 주심과 2명의 부심 역시 문제가 있다. 하필 3명 모두 에비누마의 유효에 가까운 큰 포인트 동작을 무시하고 조준호의 우세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잊었던 규정을 3명 모두 다시 깨닫고 에비누마의 승리를 선언했다는 얘기가 된다.
번복 장면을 보고 "역대 올림픽에서 이런 적이 있었나"며 일제히 흥분,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달한 유도 TV 해설위원들도 모두 제대로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규정을 똑바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릇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한 셈이니 말이다. 에비누마 역시 조준호와 경기 후 "내가 졌다"고 말한 것이 우스운 상황이 됐다.
다시 뒤집어 놓고 보면 이런 중요한 사항이 선수단은 물론 심판진에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뜻도 된다. 이래저래 유도계가 '나는 바보'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 아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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