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마운드 위에서 실력 증명하는 선배 되어야 한다.”
LG 베테랑 투수 김광삼(32)이 올해 자신의 투구를 돌아보고 투수진의 조장이자 후배들을 이끄는 선배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 시즌 김광삼은 총 13경기에 선발 등판해 72이닝을 소화하며 5승 6패 평균자책점 4.63을 기록 중이다. 전반기 모든 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피홈런 ‘0’, 투수로서 다시 마운드를 밟기 시작한 최근 3년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김광삼은 지난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5회에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교체, 4⅓이닝만을 투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볼넷이후 연타를 허용하면서 12경기 연속 5이닝 이상 기록도 깨지고 말았다.
“정말 많이 아쉬웠다. 이전까지 올 시즌 모든 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던졌는데 개인적으로 시즌 끝까지 지키고 싶은 기록이었다. 잘 던지다가 5회에 갑자기 흔들리며 맞아나갔다. 교체를 선택한 감독님과 코치님의 판단은 옳았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다.”
비록 지난 경기에선 부진했지만 올해의 김광삼은 그 어느 때보다 상대 타자와 적극적으로 승부하고 있다. 김광삼은 통산 9이닝당 볼넷 4개 이상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에는 3개로 줄였다. 피출루율 역시 3할8푼에서 약 4푼을 낮추고 있다. 김광삼은 마운드에서 물러서지 않는 자세를 보이는 것과 규칙적인 선발 등판이 단 하나의 피홈런도 기록하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 시즌 차명석 투수코치님께서 모든 투수들에게 공격적으로 투구하고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라고 주문하고 계신다. 사실 피홈런이 없다는 것에 크게 신경 쓰고 있지는 않다. 그저 타자를 상대하면서 내가 구위가 좋은 투수가 아닌 만큼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으려고 의식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지난 시즌에도 60이닝까지는 홈런을 맞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등판 간격이 불규칙하게 이뤄지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15일 만에 선발 등판하는 경우도 있었다. 올 시즌에는 등판 간격이 규칙적으로 이뤄지고 그러면서 컨디션 조절하기가 수월한 게 원인인 것 같다.”
김광삼은 눈병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냉정하게 스스로를 평가했다. 김광삼은 5월 9일 넥센전 이후 예상치 못한 질병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는데 이후 최성훈, 임정우 등의 신예 투수들이 김광삼의 자리를 메웠고 6월 9일 두산을 상대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눈병에 걸린 특별한 원인은 없었다. 그냥 감기에 걸린 것처럼 나도 모르게 눈병이 생겼었다. 하지만 이런 것 역시 실력이다. 매년 10승 이상을 기록하는 이강철 선배나 메이저리그 대투수들의 경우를 보면, 누구도 눈병으로 한 달을 빠지지는 않는다. 개인 목표인 10승을 달성하면 좋겠지만 올 시즌 10승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눈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내 실력이 그 정도인 것으로 봐야한다.”

투수조 조장으로서 김광삼은 락커룸이나 덕아웃 안에서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벤자민 주키치와 레다메스 리즈 등 외국인 투수의 적응과 팀 융화를 이끄는 것 역시 김광삼의 일이다. 실제로 주키치와 리즈 모두 김광삼의 역할을 이해하고 김광삼을 잘 따르고 있다.
“주키치와 리즈가 한국에서 두 번째 해를 보내고 있는 만큼 이제는 한국 야구문화에 많이 적응했다. 주키치의 경우, 그라운드에서 지나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면 벌금을 낼 것을 약속했는데 스스로 팀에 해가 되는 행동인 것을 인지했다. 리즈는 완전 한국선수가 다 됐다. 팀이 분위기가 안 좋을 때면 선수단에 피자를 사는 등 외국인 선수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행동을 한다.”
올 시즌 유난히 많아진 어린 투수들을 챙기는 것도 김광삼의 몫이다. 최성훈, 이승우, 임정우 등 어린 투수들에게 선배로서 도움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김광삼은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걸고 마운드 위에서 뛰는 일도 중요하지만 LG 투수들 모두가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일 역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 말한다.
“올 시즌 이승우와 최성훈등 어린 투수들이 선발투수로 나오고 있는데 정말 기특하다. 경험 없는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서 한 경기를 소화한다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다. 선발 투수의 경우 일주일의 한 번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긴장감은 엄청나다. 나는 내가 이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운드에서 내 실력을 증명해야 후배들도 내 조언을 듣는다. 어린 투수들이 먼저 와서 물어보는데 최대한 잘 대답해주려고 한다. 이들이 내 조언으로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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