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AFP] 31일 the ExCel centre에서 열린 여자 에페 준결승전에서 신아람 선수가 경기가 중단되고 심판 판정이 지연되는 사이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고 있다. 한국 감독은 독일 선수의 일격이 시합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라며 항의하였지만 결국 독일 선수가 결승전에 진출하였다. 2012. 7. 31. AFP /TOSHIFUMI KITAMURA / News 1
신아람(26, 계룡시청)은 피스트를 떠나지 못했다. 걸터앉은 여검객은 멈추지 않는 눈물을 훔쳐내며 부당한 판정에 맞서 자리를 지켰다.
신아람은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전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패배 판정을 받았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을 상대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며 승리를 눈 앞에 뒀던 신아람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1초'의 벽이었다.
신아람의 승리가 유력한 경기였다. 1피리어드 시작과 동시에 하이데만에 선취점을 내준 신아람은 연속으로 실점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점수를 만회, 5-5 동점을 만들며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3피리어드 종료시까지 승부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심판은 1분 간의 연장을 선언하며 신아람에게 프리오리테(어드밴티지)를 줬다. 프리오리테를 받은 신아람은 반드시 공격에 성공해야 하는 하이데만과 달리 1분 간 버티기만해도 결승에 올라갈 수 있었다. 메달 기대주들이 줄줄이 탈락하며 아쉬움에 잠겼던 한국 펜싱이 기사회생을 앞둔 순간이었다.
그러나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1초를 남겨놓고 3번이나 알레(시작, 심판에 의한 재개선언)가 선언된 상황에서 시간이 제대로 흐르지 않았다. 3번째 알레가 선언된 후 수동으로 카운트되는 전광판의 시간이 멈춰있는 가운데 하이데만이 공격에 성공하는 일이 발생하며 문제가 발생한 것.
심재성 코치는 즉각적으로 심판을 향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며 판정에 이의를 제기한 심 코치의 항의에 심판진은 격렬한 토론을 시작했다. 30여 분의 긴 시간 동안 심아람은 피스트 위에서 기어코 눈물을 쏟아냈다. 4년 간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1초만큼이나 길게 느껴진 토론이 끝나고 심판진은 하이데만의 승리를 선언했다. 심아람은 간신히 억눌렀던 눈물을 다시 한 번 쏟아내며 피스트 위에서 내려오기를 거부했다. 심 코치는 편파 판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현장에서 즉각 제소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같은 펜싱 종목인 플뢰레나 사브르에 비해 에페는 공격 동작이 비교적 느린 편이다. 한 번 공격을 시도하기만 해도 1초는 지나가 버린다. 실제로 이날 경기를 중계했던 KBS는 하이데만의 공격 순간을 프레임으로 나눠 분석해 3번의 공격 동안 1초가 이미 지났다는 자료화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개막 3일째를 맞는 런던올림픽이 또 한 번 판정 문제로 얼룩지는 순간이었다. 박태환과 조준호에 이어 신아람이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대한펜싱협회는 경기 결과가 발표된 후 30분 이내에 제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현재 제소 절차를 밟고 있다.
costbal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