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관건은 체력이다.
30년 만에 꿈의 4할 타율에 도전하는 한화 4번타자 김태균(30)이 무더운 여름 체력 고비가 맞았다. 김태균은 지난주 6경기에서 22타수 6안타 타율 2할7푼3리를 쳤다. 시즌 타율은 3할8푼8리로 떨어졌다. 전반기 타율 3할9푼8리로 마쳤던 김태균이었지만 후반기 첫 주 만에 타율 1푼을 까먹은 것이다.
후반기 첫 3연전이었던 24~26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3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10타수 4안타를 쳤다. 타율 3할9푼8리를 유지하며 4할 타율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그러나 27~28일 광주 KIA전에서 연이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타율이 순식간에 3할8푼6리로 하락했다. 올 시즌 개막 후 가장 낮은 타율이었다.

하지만 29일 광주 KIA전에서 4타수 2안타 멀티히트를 가동하며 타율을 다시 3할8푼8리로 끌어올렸다. 이날 그에게 달라진 건 1루수가 아니라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했다는 점. 김태균 대신 1루에는 장성호가 들어갔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수비 부담을 덜고 타격에 전념했고 그 결과 멀티히트를 재가동할 수 있었다.
사실 이날 경기 전 한화 한대화 감독은 김태균을 따로 불렀다. 한 감독은 "힘드냐"고 물었고, 김태균은 "괜찮습니다"고 답했다. 이에 한 감독이 "그냥 솔직하게 말해보라"고 다시 한 번 물어보니 그제서야 김태균도 "솔직히 조금 힘듭니다"고 털어놓았다. 한 감독은 "태균이가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지명타자로 간다"고 했다.
연일 계속 되는 폭염 속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김태균의 타격폼은 더 강한 체력과 더 높은 집중력을 요한다. 다리를 들지 않는 노스트라이드의 김태균은 하체 중심이동으로 타격한다. 최근에는 하체 힘을 유지하기 위해 기마자세에 가깝게 타격폼에도 변화를 줬다. 그러나 올스타전·홈런레이스 출전 등으로 쉼없는 강행군이 이어지자 체력적인 고비가 찾아왔다.
한대화 감독은 "타자는 하체 밸런스가 중요하다. 요즘 태균이는 중심이동이 잘 안 된다. 타격은 공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체에서 중심이동이 잘 되어야 타이밍을 제대로 맞출 수 있다"고 설명하며 "지명타자로 기용하며 태균이가 체력을 안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최고의 더위가 온 1994년 4할 타율에 도전한 해태 이종범도 4월(0.324)·5월(0.394) 3할대였지만 6월 타율 4할을 터뜨린 뒤 7월에만 5할 타율을 몰아쳤다. 그러나 한창 더운 8월에 3할5푼8리로 주춤했고 9월에 다시 4할6리를 쳤으나 끝내 3할9푼4리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7월 타율 3할8푼6리를 치고 있는 김태균에게도 8월이 눈앞이다. 1994년 못지 않은 더위가 찾아온 올 여름 체력 고비를 잘 넘기는 것이 김태균의 4할 도전에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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