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아이돌그룹에게 리얼 버라이어티는 일종의 연예계 등용문이다. 짜여진 대본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아이돌의 모습에 팬들은 환호한다. 기왕이면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서로 이해하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오빠, 누나, 동생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이미지에 죽고 사는 아이돌그룹 멤버들은 시청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진짜 속내는 숨긴 채 말이다.
여러 아이돌그룹의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제작한 관계자는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을 떄와 꺼졌을 때 다른 모습을 보곤 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기획사에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현장에서 다투지는 않지만 좋지 않은 분위기는 확연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남녀 아이돌을 섭외해 연애 감정을 자극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자는 “현장에서는 알콩달콩한 연인의 분위기를 풍기다가도 컷 소리가 나면 으르렁 거리면서 싸우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조기 종영을 한 적도 있다. 리얼의 포맷을 따르지만 리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케이블채널에서는 아이돌그룹의 결성부터 훈련과정, 데뷔까지 일련의 과정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종종 제작, 방송한다. 데뷔를 앞두고는 성공을 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와 팬덤의 부재로 갈등이 특별히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명세를 타고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멤버, 한가한 멤버가 갈리는 순간 문제가 촉발된다. 유명해지기 위해 리얼버라이어티를 시작하지만 팀워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4인조 걸그룹의 데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방송 관계자는 “당시 워낙 무명이었고 자기들끼리 힘든 시기여서 잘 뭉쳤다. 지금은 인기도 얻고 유명세도 탔지만 멤버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흘러 나와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연예 관계자는 “아이돌그룹의 멤버 수가 많다보니 어울리는 멤버들이 시시때때로 변한다”고 밝혔다. 친분이 쉽게 생겼다가 사라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연애, 인기, 외모까지 다양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은 일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산다. 아이돌에게 멤버의 의미는 가족이 아닌 직장 동료이다. 경쟁이나 질투 같은 감정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심지어 어린 친구들인 만큼 감정 컨트롤을 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충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모든 아이돌그룹이 관계에서 항상 문제를 빚는 것은 아니다. 한 걸그룹의 소속사 관계자는 “여자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대화를 자주 나눈다. 과거 나이 많은 멤버들과 막내 라인 멤버들 간 갈등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화를 나누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저희 팀의 분위기는 훈훈, 그 자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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