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 나약하고 이기적인 세종이 어떻게? 기발한 팩션사극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7.31 09: 38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장규성 감독)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왕 세종을 소재로 가져왔다. 이미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등에서 입증된 바 있는 세종 이야기의 재미는 이 영화에서 보다 드라마틱해진다. '뿌리깊은 나무'가 세종의 한글 창제의 과정을 보여줬다면,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왜 세종이 그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에 호기심을 갖는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나약하고 이기적이었던 세종이 어떻게 성군이 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출발한 영화다.
30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첫 공개된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이처럼 우리가 알고있던 세종을 뒤집는 것부터 시작해 한 인간의 성장담을 들려준다. 주인공이 어떤 시련에 닥쳐 모험을 떠나고 그 과정을 통해 캐릭터가 변화되며 결국 목표를 쟁취하는, 시나리오 작법의 기본 이야기지만 팩션 사극 속 여러 기발한 설정이 영화를 독창적으로 만들어준다.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 책에만 파묻혀 살며 남의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던 충녕(주지훈)은 주색잡기에 빠져있는 형 양녕(백도빈) 대신 세자에 책봉된다. 왕세자의 자리가 부담스럽고 싫던 충녕은 고심 끝에 궁을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다른 한편에는 충녕과 똑같은 얼굴을 한 노비 덕칠(주지훈)이 있다. 모시던 아씨(이하늬)가 반역자의 딸로 잡혀가자 덕칠은 아씨를 구하기 위해 궁으로 향한다. 이들 도플갱어는 운명처럼 맞딱뜨리게 된다.

영화는 사극에 '왕자와 거지'라는 서양 소설 속 모티프를 따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1881년 출간된 '왕자와 거지'는 왕자가 거지가 되고 거지는 왕자가 돼 각기 이상한 체험을 하는 이야기인데, 권력의 횡포를 미워하고 민중의 편을 드는 마크 트웨인의 비판정신이 강하게 흐르고 있다. 이는 '나는 왕이로소이다'와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실제와 허구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지는 팩션 사극이란 장르를 이용해 영화는 마음껏 상상력을 펼친다. 실제 역사 속 인물이 재미난 모습으로 등장하고 왕좌의 자리를 둔 궐 내 권력 싸움도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주인공들이 사극 말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한 특징이다. '신 스틸러'로 불리는 조연들이 깨알같이 대거 출연해 러닝타임 내내 시끌벅적하다. 유머 코드는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1인 2역을 맡은 주지훈이 충녕과 덕칠의 캐릭터 변화를 잘 살렸고 CG도 상당히 자연스러운 편이다. 박영규가 핏빛 형제의 난을 일으켰던 충녕의 아버지 태종 역을 맡아 또 다른 새로운 왕의 모습을 보여주고,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수로가 충녕의 호위무사로 분해 코믹과 무게감의 적절선을 살렸다. 이 외에도 백윤식, 변희봉, 임원희, 이하늬, 백도빈 등이 출연한다. 8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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