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이야기' 진태현 "영화, 죽도록 하고 싶었죠"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7.31 15: 40

좁은 비행기 안을 휘젓고 다니는 그 광기 어린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피에 굶주린 듯 닥치는 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몸을 잔뜩 웅크린채 연신 비명을 질러대기에 바쁘다.
이뿐만이 아니다. '희대의 폭군'이라는 연산군으로 분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모두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소름 돋게 만들 정도다.
이처럼 강한 캐릭터들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진태현은 실제론 정말이지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배우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광기 어린 눈빛을 쏘아대던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 게다가 영화 '무서운 이야기'에서 미친듯이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로 열연한 것과는 다르게 실제론 공포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며 '무서운 이야기'를 정신력으로 봤다는 말까지 해 반전 매력을 선사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OSEN과 만난 진태현에게 '무서운 이야기' 속 연쇄살인마 박두호와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인수대비' 속 연산군, 연이어 강한 캐릭터를 한 소감을 묻자 그는 평범한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가보다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곤 자기 자신이 완벽해질때까진 힘든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제가 노말한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나봐요(웃음). 배우도 게리 올드만처럼 성격파 배우들을 좋아하고요. 저는 좀 연기가 힘든 것을 하고 싶어요. 돌고 돌아서 제 자신이 완벽해질때 멜로든 뭐든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해요. 제가 극을 끌고 갈 힘이 생길 때 말이에요. 제 성격이 완벽주의자에 가까워서 뭔가 무기가 생겼을 때 하고 싶은거 있잖아요. 눈빛 하나만으로 사람을 흔들어놓을때 하고 싶어요. 제 타이밍이 왔을 때 멜로나 액션 등을 해보고 싶어요. 아직까진 많이 모자라죠. 일단 비주얼이 모자라요(웃음). 그치만 어머님들 사이에선 장동건 못지 않아요(웃음)."
'무서운 이야기'는 진태현의 오랜만의 스크린 컴백작이다. 그동안 주로 브라운관에서 팬들을 만나왔던 진태현은 왜 컴백작으로 잔인한 살인마 역할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영화가 죽도로 하고싶었다는 대답을 내놨다.
"많이들 드라마쪽으로 잘 나가면 되지 않냐 하시는데 제 원래 꿈이 영화였어요. 김기덕 감독님의 '비몽'을 찍고 3~4년동안 드라마를 열심히 했죠. 경제적인 부분도 있었고 드라마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무서운 이야기'의 '공포비행기'를 선택한 것은 영화가 너무 하고 싶어서였어요. 죽을 만큼 하고 싶었거든요. 작품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와중에 '무서운 이야기'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생각 없이 '이왕 하는거 잔인하게 해보자'라고 하면서 결정했죠. 아마 어떤 작품이 들어왔어도 했을거에요. 감사하게도 '무서운 이야기' 팀에서 저에게 기회를 주셨고 흔쾌히 잘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출연을 하게 됐죠."
'무서운 이야기'는 언어장애를 가진 살인범에게 납치된 여고생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는 옴니버스 형태의 공포영화. 진태현은 '무서운 이야기' 속 네 가지 이야기들 중 '공포 비행기'의 연쇄 살인마 박두호 역을 맡아 소름끼치는 연기를 펼친다. 혹시 이러한 잔혹한 살인마 연기에 참고한 캐릭터가 있냐고 묻자 그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냥 현장에서의 느낌 그대로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정말 생라이브로 찍었어요. 현장 느낌 그대로요. 대본 등을 다 무시하고 일단 생라이브로 즉흥연기를 했죠. 그런데 그게 좋은 점도 있지만 너무 취해버리면 오바가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밤새면서 파트너인 윤영이하고 얘기하면서 잡아나갔어요. 이번 촬영을 하면서 모니터를 한 번도 안했어요. 그걸 보면 연기를 계산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맡기고 그냥 찍었어요. 원래는 모니터를 꼼꼼하게 하는 편이에요."
'공포비행기'에서 진태현에 맞서 싸우는 여승무원 역으론 최윤영이 등장한다. 혼자만 남은 비행기 안에서 살인마와 고군분투 하는 그녀의 모습에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쥘만큼 긴장감을 느낀다. 최윤영과의 호흡을 물어보자 진태현은 촬영 내내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몰입하기 위해선 촬영 도중엔 친해지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원래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호흡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런데 윤영이가 제 성격이 유쾌한걸 아니까 현장이 재밌겠다고 기대할것 같은거에요. 그래서 윤영이한테 '미안한데 촬영 끝날때까지 대화를 안 하는게 좋겠다'라고 말했어요. 영화 프리단계가 길었으면 상관없겠지만 빨리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몰입을 해야하니까 친하게 지내는건 영화 끝나고 해야할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얘기하니까 윤영이도 흔쾌히 동의해줬죠. 사실 액션같은 것도 맞추지 말고 라이브로 찍었어요(웃음)."
진태현은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인수대비'에서 연산군으로 합류, 인수대비 역의 채시라와 대립각을 세우며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바 있다. 비록 전체 극에 비해 짧은 분량이었지만 진태현은 남자배우라면 연산군을 해봐야하지 않겠냐고 전하며 '인수대비'에 합류한 이유를 밝혔다.
"남자배우라면 연산군을 해봐야하지 않겠나 생각을 해서 출연하게 됐어요(웃음). 저는 연산군을 양반집 막내아들인데 한량이라고 생각했어요. 왕이라고 생각을 안했어요. 사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를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조조라는 인물이 센 사람이지만 아픔이 많은 인물이거든요. 그걸 약간 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말투도 광대처럼 했고요. 그런게 먹혔던 것 같아요. 사극처럼 안해서 다들 좋아하셨어요. 지금에서야 하는 얘기지만 그때 너무 소리도 많이 지르고 말도 많이 해서 목에 혹이 생겼거든요. 병원에 입원하면서 촬영을 했어요. 진통제 맞으면 3시간 동안은 목소리가 나와서 그때 바짝 촬영하고 이런 식으로요."
문득 진태현이 배우로 발을 디딘 계기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넌지시 물으니 단번에 '제임스 딘'을 외쳤다. 어릴 적 봤던 제임스 딘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 그리고 이를 확고히 해 준 것이 바로 영화 '대부'였다.
"원래는 경찰대학을 가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래서 공부하고 있는 와중에 어머니가 제임스 딘 삼종세트를 보여주셨어요. 정말 멋있더라고요. 그때부터 관심이 생겨서 영화를 보다가 알파치노가 나오는 '대부'를 보고 충격을 받았죠. 그때 '이거다. 나는 배우가 돼야겠다' 결심했어요. 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셨죠."
trio88@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