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가 지켜보는 바로 앞에서 무력시위를 펼쳤다.
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0)가 연이틀 홈런왕 경쟁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장쾌한 홈런쇼를 펼쳤다. 이대호는 31일 일본 사이타마 세이부돔에서 벌어진 '2012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5회 1사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0m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대호는 지난 29일 니혼햄 파이터스전부터 30~31일 세이부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폭발시켰다. 이는 지난 5월19~20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전과 5월22일 한신 타이거즈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하지만 30~31일 세이부전 홈런은 홈런왕을 놓고 다투는 나카무라 다케야(29)가 지켜보는 앞이었다는 점에서 더 인상깊었다.

나카무라는 지난 26일 지바 롯데 마린스전에서 시즌 15호 솔로 홈런으로 이대호와 퍼시픽리그 홈런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29일 니혼햄전 투런포를 터뜨리며 3일 만에 단독 1위로 나섰다. 이어 30일 세이부전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오사다 슈이치로의 2구째 가운데 높은 142km 직구를 공략해 비거리 120m 좌월 솔로포를 때렸다. 나카무라는 8회 마지막 타석에 좌측 2루타를 쳤을 뿐 4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대호는 1회 1사 2루에서 2루 땅볼로 잡히고, 2회 2사 만루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5회 한 방을 터뜨렸다.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이시이 가즈히사와 풀카운트 끝에 6구째 바깥쪽 높은 137km 직구를 끌어당겨 좌중간 담장 넘어가는 비거리 110m 시즌 18호 솔로포로 연결시켰다.
나카무라도 6회 1사 1루에서 오릭스 선발 기사누키를 상대로 중앙 펜스 바로 앞까지 향하는 대형 타구를 쳤지만 아쉽게 뜬공으로 잡히고 말았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삼진 하나 포함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연이틀 홈런 추가에 실패했다. 그 사이 이대호가 이틀 연속 대포를 가동하며 나카무라와 격차를 3개로 벌리는데 성공했다.
이대호와 나카무라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대형 거포로 시즌 전부터 유력한 홈런왕 후보로 꼽혔다. 이대호는 2차례(2006·2010) 한국 홈런왕을 차지했고, 나카무라도 3차례(2008·2009·2011) 일본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3~4월에는 이대호가 2개, 나카무라가 1개에 그쳤지만 5월 들어 이대호가 8개, 나카무라가 5개를 넘기며 시동을 걸었다.
6월에 이대호가 홈런 1개에 그친 사이 나카무라가 7개를 몰아치며 13홈런으로 이대호(11개)에 앞섰다. 그러나 나카무라가 6월14일 한신전에서 수비 중 왼쪽 어깨 부상을 당하며 17경기를 결장한 사이 이대호가 7월에만 7개를 몰아쳤다. 나카무라도 7월 복귀 후 홈런 2개를 쳤지만, 아직 이대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90경기 모두 출장한 이대호의 내구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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