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욱아. 이번에는 1군에 오래 있어라".
31일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를 앞둔 사직구장. 이날 경기에 앞서 롯데는 어깨통증을 호소한 좌완 강영식(31) 대신 우완 박동욱(27)을 1군에 올렸다. 양승호(52) 감독은 훈련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박동욱을 불러 1군에 오래 머물면서 활약 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박동욱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차 드래프트는 '한국형 룰5 드래프트'라고 불리는데 2년 단위로 11월 말 개최한다. 각 구단은 40인 보호선수 명단을 KBO에 넘기고, 이 명단을 바탕으로 각 구단은 3라운드까지 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롯데는 최대 3명까지 지명할 수 있는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김성배, 2라운드 박동욱을 선택하고 3라운드에선 기권했다.

이 가운데 롯데가 선택한 김성배는 올해 롯데를 2차 드래프트 최대 수혜자로 만들어줬다. 46경기에 출전, 37이닝 2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 중인 김성배는 롯데의 전반기 수훈선수로 꼽힐만큼 불펜 필승조로서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반면 김성배와 함께 2차 드래프트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박동욱은 1군 등판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며 주로 2군에서 시간을 보냈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에는 가장 빨리 컨디션이 올라왔던 박동욱은 2월에 구속을 146km까지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3월 투구밸런스가 갑자기 흔들렸고, 시범경기에는 7경기에 출전, 5⅓이닝 6실점 평균자책점 10.13으로 부진했다.
이후 줄곧 2군에 머물던 박동욱은 지난 8일 사직 삼성전에서 롯데 데뷔전을 치렀다. 12일 광주 KIA전까지 출전했던 박동욱은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모두 팀이 큰 점수차로 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31일 경기에서 선발 송승준이 5회 갑자기 무너지며 박동욱에게 등판 기회가 주어졌다.
박동욱에겐 부담이 갈 수 있는 상황. 2-0으로 앞서던 팀은 2-3으로 역전을 허용했고, 선발 송승준은 1사 1루에서 폭투를 범하고 마운드를 박동욱에게 넘겼다. 몸이 덜 풀린 탓인지 박동욱은 첫 타자 김선빈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최희섭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김상현 타석에서 카운트를 착각한 2루 주자 이용규를 강민호의 송구로 잡아내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안정을 찾은 박동욱은 6회 1사 후 나지완에 볼넷을 내줬지만 안치홍을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병살 처리하면서 6회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등판 성적은 1⅔이닝 2볼넷 1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20개였고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기록했다. 박동욱이 버텨준 덕분에 8회 롯데는 3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5-4로 승리를 거뒀다. 때문에 양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박동욱이 5회와 6회 잘 막아줬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 박동욱의 팀 내 보직은 추격조에 가깝다. 그렇지만 불펜진이 후반기에 들어오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고, 강영식이 어깨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갔기에 얼마든지 기회는 있다. 롯데는 이미 김성배로 2차 드래프트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상황. 박동욱까지 1군 마운드에 자리를 잡는다면 롯데로선 분명 축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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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