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와 (강)정호의 장타가 잘 안 나오다보니 내가 더 치려고 했던 것 같다“.
개인 성적의 호조보다 팀 분위기의 상승세. 그리고 함께 클린업트리오를 구축 중인 후배들이 다시 제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길 바랐다. 넥센 히어로즈의 첫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선수 이택근(32)이 왜 팀의 주축 선수인지 알 수 있었다.
이택근은 지난 7월 31일 문학 SK전서 7회초 두 번째 투수 최영필을 상대로 역전 좌월 투런을 때려내는 등 2안타 1홈런 3타점으로 활약했다. 비록 7회말 이호준에게 동점 2타점을 내주며 이택근의 홈런은 결승타가 되지 못했으나 끌려가던 경기 양상을 대번에 바꾼, 5연패 탈출의 신호탄은 이택근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올 시즌 이택근은 81경기 2할8푼4리 7홈런 48타점 13도루(7월 31일 현재)를 기록 중이다. 기대치에 비하면 살짝 못 미치는 듯 보이는 성적표지만 최근 4경기서 14타수 9안타(6할4푼3리) 1홈런 8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이택근이다. 7월 26일 KIA전 도중 어지러움 증세를 보이며 팀의 우려를 자아냈던 선수답지 않은 대단한 맹타다.
맹타 중 팀의 연패로 빛을 못 보던 이택근이었으나 31일 SK전만은 달랐다. 이택근은 첫 타석서 상대 수비 실수를 틈 탄 무사 1,2루의 기회가 오자 희생번트를 시도해 선행 주자들의 진루를 이끌었다. 그러나 끌려가는 입장이 되자 스윙 궤적에 들어왔다 싶은 공은 자기 스윙으로 연결했다. 1-3으로 끌려가던 5회에도 좌중간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는 등 장타 두 개가 중장거리 타자답게 제대로 당겨친 타구들이었다.
경기 후 이택근은 “7월 마지막 경기였고 SK와는 순위 동률(당시 공동 4위)이었던지라 더 최선을 다했다. 이 승리를 계기로 팀 분위기가 올라갔으면 좋겠다. 요즘 날씨가 많이 더워 선수들이 지칠 텐데 팀 리더로서 잘 이겨낼 수 있게 팀을 이끌겠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이택근은 함께 LPG 클린업을 구축 중인 후배 박병호(26), 강정호(25)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후반기 접어들며 내게서 장타가 간간이 나왔다. 병호와 정호의 홈런포가 잘 안 나와서 내가 더 치려고 했던 것 같다. 병호-정호가 장타를 펑펑 때려내게 되면 출루에 신경 쓸 것이다. 앞으로 상황에 맞게 내게 주어진 플레이를 하겠다”.
그동안 박병호와 강정호의 호쾌한 장타를 보기 힘들었던 데 대한 이택근의 이야기였다. 이택근의 투런 이후 곧바로 솔로포(시즌 18호)를 쏘아올린 박병호나 6월 16일 롯데전 19홈런에서 한 달 넘게 홈런 손맛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강정호. 타격 사이클이 있는 만큼 언젠가 둘 모두 함께 올라올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꺼낸 말. 거포가 아닌 중장거리형 3번 타자로서 테이블 세터들의 출루가 실패할 시 직접 밥상도 차려야 하는 선수로서 책임감과 후배에 대한 애정이 숨어있다.
7월 31일 선발 라인업 선수들 중 히어로즈 전신격인 현대의 주축 출신은 이택근이 유일했다. 그만큼 그는 자기 자리에서 과욕을 부리지 않고 임무에 충실하게 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고 있다. 자신의 홈런포보다 함께 중심타선을 구축한 후배들의 상승세를 바란 이유다. ‘LPG포’의 ‘L' 이택근. 그 ’L'에는 Leader라는 뜻도 숨어있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