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과 노련미를 앞세운 펜싱 남자 국가대표 최병철(31, 화성시청)이 포효했다. 비록 정상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소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병철(세계랭킹 6위)은 1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플뢰레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안드레아 발디니(이탈리아, 14위)를 15-14로 꺾고 짜릿한 승리를 안았다.
앞선 4강전에서 레드카드 3장을 받으며 알라엘딘 아부엘카셈(22, 이집트)에 12-15로 패해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 최병철은 다양한 공격으로 몰아붙이며 발디니의 막판 턱밑 추격을 막아냈다.

이로써 최병철은 지난 2000년 시드니 대회 김영호(플뢰레 금메달), 이상기(에페 동메달) 이후 첫 남자 펜싱 메달을 한국팀으로 가져왔다.
당시 김영호는 남자 플뢰레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랄프 비스도르프(독일)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는 한국 역사상 첫 금메달을 넘어 아시아 최초의 펜싱 금메달이라는 감동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유럽의 스포츠로 인식됐던 펜싱에 첫 균열을 가한 선수였다.
최병철 역시 유럽세가 득세한 영국 런던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구나 4강에 유일하게 오른 유럽권 선수 발디니를 노메달로 밀어낸 동메달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한국 남자 펜싱이 지난 2000년 한 번 반짝한 것이 아니란 인상 또한 유럽 본고장에 분명히 심어놓았다.
특히 앞서 여자 에페 신아람의 석연치 않은 '1초 오심'이 있었기에 펜싱에서의 메달은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신아람의 한풀이와 함께 유럽의 텃세에서도 당당히 제 빛을 발했다는 점에서 김영호의 금메달과 닮았다.
최병철과 김영호의 접점은 또 있다. 김영호가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최병철을 지도한 적이 있다. 또 나란히 2전3기만에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는 점도 닮았다. 최병철은 2004년 시드니, 2008년 베이징의 아픔을 곱씹었고 김영호 역시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에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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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지형준 기자 /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