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대호에게 높은 직구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0)가 일본 진출 후 두 번째로 3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대호는 지난달 29일 니혼햄 파이터스전을 시작으로 30~31일 세이부 라이온스전까지 3경기 연속으로 대포를 폭발시켰다. 지난 5월19~20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전과 22일 한신 타이거즈전 이후 두 번째 3경기 연속 홈런.
홈런왕 경쟁자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15개)가 지켜보는 바로 앞에서 이틀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18호를 마크한 이대호는 나카무라와 격차를 3개차로 벌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높은 직구를 완벽하게 쳤다. 추가점을 내는 홈런이라 기분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이대호는 4-1로 리드한 5회 이시이 가즈히사의 6구째 바깥쪽 높은 137km 직구를 비거리 110m 좌중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실투를 놓치지 않는 이대호의 킬러 본능이다. 지난 29일 니혼햄전에서 사이토 유키의 바깥쪽 높은 137km 직구를 결대로 밀어쳐 우측 담장 넘어가는 비거리 125m 투런포로 만들었다. 이어 30일 세이부전에서는 오사다 슈이치로의 가운데 높게 들어온 142km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 솔로포를 때렸다.
이대호에게 높은 공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해준 3경기 연속 홈런. 특히 직구는 사정없이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는 힘이 있다. 올해 이대호가 터뜨린 홈런 18개 중 11개가 직구를 받아쳐 넘긴 것. 여기에 마찬가지로 11개가 높은 코스로 들어온 걸 공략한 것으로 높은 코스의 공을 홈런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대호는 "지는 경기에서 홈런은 의미 없다"고 거듭 강조했는데 오릭스는 이대호가 홈런을 친 18경기에서 10승8패 승률 5할5푼6리로 시즌(0.440)보다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3점차 이내 홈런이 15개로 필요할 때마다 한 방씩 터뜨렸다. 그 중 8개는 1점차 이내에서 나온 영양가 만점 대포. 홈런 자체도 중요할 때 나온 아치들이다.
이대호는 7월 한 달간 홈런 7개를 몰아치며 2개에 그친 경쟁자 나카무라를 멀찍이 따돌렸다. 나카무라가 왼쪽 어깨 부상으로 17경기를 결장했지만 이대호는 팀의 90경기 모두 빠짐 없이 개근하는 탄탄한 내구성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찬스와 실투를 놓치지 않는 킬러 본색까지 드러내며 본격적인 홈런왕 굳히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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