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선수들을 더 지치게 하는 원정라커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01 10: 42

"어? 김태균이다". 
지난달 29일 KIA-한화전이 열린 광주구장. 경기 시작이 얼마 안 남은 가운데 한화 4번타자 김태균이 발 디딜 틈 없는 야구장 밖 인파 사이를 뚫고 경기장을 향했다. 스타 선수를 야구장 밖에서 바라본 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태균은 왜 그랬을까. 
사연은 이렇다. 이날 김태균은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배팅 훈련을 소화하고 휴식을 취하려 했다. 최근 체력이 저하된 만큼 훈련량을 줄이고, 휴식 시간을 늘리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광주구장 원정 라커룸은 덥고, 좁고, 모기도 날아다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경기장 밖 구단버스에서 휴식을 취했고, 경기 시작 전 다시 이동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광주구장 원정 라커룸은 너무 좁고 덥고 심지어 모기까지 날아다녔다.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갈 때마다 걱정된다"며 "홈구장에서는 경기 전 훈련을 마친 뒤에 샤워도 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할 장소도 있다. 그런데 원정에서는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 땀도 식히지 못하고 몸이 그대로 퍼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비단 광주구장 뿐만이 아니다. 야구의 메카라는 잠실구장도 3루 원정 라커룸이 협소하다. 간이식당이 있을 뿐 선수들이 짐을 풀어놓을 공간도 마땅치 않다. 복도 곳곳에 선수 개개인의 장비들이 어지러져있다. 시장 바닥을 연상시킬 정도로 프로라고 하기에는 민망하다. 경기 전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휴식 공간은 언감생심. 당연히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7년을 뛴 '코리안특급' 박찬호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는 잠실구장도 원정 라커룸이 없다. 선수들이 복도에 짐을 놓고 옷을 갈아입는다. 그때 지나가는 상대 선수들과도 마주친다. 제대로 경기를 준비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미국과는 차이가 정말 크다. 원정팀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꼬집었다. 
여러 관계자들이 지나가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는 게 대다수 원정 라커룸의 현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이 같은 스트레스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최고의 상품이 되어야 할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질 높은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에게도 고스란히 피해가 간다. 
그렇다고 홈팀을 탓할 수만도 없는 게 경기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특히 LG·두산이 함께 쓰는 잠실구장의 경우에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공간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지방의 낡은 야구장들도 마찬가지로 갖는 한계. 구단에서 당위성을 설명하고, 구장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지자체를 설득하고 움직여야 한다. 
역대 최소경기 500만 관중을 돌파할 만큼 나날이 인기가 치솟으며 대표적인 여가 컨텐츠이자 문화사업이 된 한국프로야구. 하지만 여전히 현장 인프라와 시스템은 초창기 수준이다. 선수들 메아리없는 외침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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