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투수들이 매번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01 06: 37

"FA 투수들은 하나같이 성적이 안 좋더라".
한화 한대화 감독이 흥미로운 주제를 던졌다. 한 감독은 지난달 31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FA 투수 송신영(35)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FA로 3년간 총액 13억원+∝에 한화.유니폼을 입은 송신영은 그러나 올해 21경기에서 1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5.66으로 부진하다. FA 투수들의 부진 징크스를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 FA 투수들의 고난

한 감독은 "지난해 송신영을 영입할 때만 하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화는 박정진과 데니 바티스타를 제외하면 확실한 불펜 투수가 없었고, 11년간 수준급 불펜으로 활약한 송신영은 알짜배기 영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송신영은 프로 데뷔 후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으로 크게 고전하고 있다. FA 계약 후 부진이라 팀으로나 개인으로나 아쉬움이 크다.
한 감독은 "특별히 아픈데는 없다. 다만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게 많다"며 "송신영 뿐만 아니라 다른 FA 투수들도 그리 좋지 않다. 대체로 FA 투수들은 성적이 좋지 않았다. FA 계약 이후 정신적으로 해이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정확한 이유가 되기 어렵다"고 헀다. 송신영 뿐만 아니라 임경완(SK)·정재훈(두산)·정대현·이승호(이상 롯데) 등 지난 겨울 FA 투수들이 부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대를 통틀어도 성공한 FA 투수는 보기 드물다. 해외 진출을 제외한 역대 FA 투수의 계약은 총 33건. 야수들의 FA 계약이 총 74건인데 그보다 41건이 더 모자라다. 야수에 비해 두 배나 모자란 차이로 투수들의 FA 계약이 많지 않았다. 투수들이 FA 자격을 얻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그만큼 성공 확률도 낮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투수의 어깨는 소포뭄'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빼놓을 없는 요인이었다.
▲ 확률적으로 낮은 FA 투수
올해 새롭게 FA 계약을 체결한 투수 7명의 평균 연령은 34.3세. 롯데 이승호가 31세로 가장 어리다. 역대를 통틀어도 FA 투수들의 나이가 많았다. 역대 33차례 FA 계약을 체결한 투수들의 첫 해 평균 연령은 34.2세로 30대 중반에 가까웠다. 가장 어린 선수는 2007년 현대와 계약한 김수경으로 만 28세. 그외에는 모두 30대 이상 투수였다. 투수에게 만 30대는 전성기를 지난 나이다.
FA 투수들이 상당수 부상에 시달린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2000년 삼성 이강철, 2004년 LG 진필중, 2007년 LG 박명환, 2009년 롯데 손민한 등은 부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 케이스. 올해도 롯데 정대현과 두산 정재훈이 부상으로 아직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FA전까지 많은 이닝을 던지다보니 필연적으로 어깨·팔꿈치·무릎 등에 부담이 갔다. 확률적으로 FA 투수는 성공 가능성 자체가 낮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FA 이적 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2000년 삼성 이강철, 2004년 LG 진필중과 롯데 이상목, 2007년 LG박명환과 올해 송신영·임경완·이승호·정대현은 모두 거액을 받으며 팀을 옮긴 투수들이다. 야수 쪽으로 눈길을 돌려도 FA 이적 선수가 성공한 사례는 2003년 SK 박경완, 2005년 삼성 박진만, 2005년 SK 김재현, 2009년 롯데 홍성흔, 2009년 LG 정성훈 등 손에 꼽을 정도. 이적 FA는 실패 더 많았다.
▲ 송진우, 유일한 FA 성공 투수
하지만 예외는 있다.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는 2000년·2006년 2차례 FA 계약을 체결했다. 투수가 2차례의 FA 계약을 체결한 건 송 코치 외에 김원형·조웅천밖에 없다. 2000년 FA 계약 1호로 3년 계약을 체결한 송 코치는 3년간 41승을 쓸어담으며 모범 FA가 됐다. 2006년에는 최초 만 40세 선수로 2년·짜리 FA 계약을 맺었다. 2년간 10승10홀드를 올리는 등 거의 유일한 FA 투수 성공 사례로 남아있다.
송진우 코치는 FA 투수들의 실패 이유로 "나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나 같은 경우에는 FA 계약 이후 더 잘 던졌다. 책임감을 갖고 러닝훈련부터 많이 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더 많이 던진 투수 없지 않은가. 무조건 많이 던졌다고 해서 FA 투수가 실패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히며 "심적으로는 부담감을 느끼기보다 나를 응원해주는 같은 나이대의 팬들에게 큰 힘을 얻었다"고 떠올렸다. 송 코치는 이적 대신 원소속팀 한화와 재계약으로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송 코치가 특별 케이스인지는 앞으로 FA 투수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판가름날 듯하다. 2011년 FA 투수 배영수가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 유일한 예외는 송 코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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