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7월 티아라에 합류한 화영이 결국 만 2년만에 팀을 떠났다. 올림픽 열기를 뒤덮을만한 자극적인 왕따설로 화제에 오른 그는 지난달 27일 KBS '뮤직뱅크' 생방송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한 사유 등으로 소속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아이돌그룹이 '분열'이 되는 데에는 각양각색의 이유가 있다. 사소한 다툼이 네티즌에 의해 포착되기도 하고, 법적 분쟁으로 치닫으며 폭발적인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대중은 언제나 '약자(로 보이는)'의 편에 서서 상대적인 '강자'를 향해 집요한 칼날을 겨누고, 이 과정에서 소속사는 대체로 아이돌 가수 및 방송,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빅 브라더' 취급을 받는다.
# 소속사가 맘에 안들어!

아이돌 그룹 분열이 겉으로 들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송 때문이다. 2009년 7월 가요계를 발칵 뒤집은 동방신기 사태가 가장 대표적. 당시 가요계를 주름잡던 동방신기가 소속사 SM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윤호-창민, 준수-유천-재중으로 나뉘게 됐다. 준수 등 세 사람은 SM에 불만을 표하며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 SM과 별개로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돼 JYJ를 따로 결성하고 활동 중이다.
바통은 카라가 이어받았다. 2011년 구하라, 한승연, 니콜, 강지영이 소속사 DSP에 불만을 제기하며 내용증명을 보낸 것. 멤버가 나뉜 게 4대 1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리더 규리의 왕따설이 나돌았다. 사람들은 멤버들의 평소 몸 동작, 눈빛 하나하나까지 확대 해석하며 착한 편과 나쁜 편을 나눴다. 여론은 DSP를 나온 멤버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고, 사태 100일만에 멤버들 모두 DSP로 돌아오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 사태 수습과 탈퇴
2PM은 손에 쥐기엔 '너무 뜨거운 감자'였던 리더를 놔준 케이스다. 리더였던 재범이 데뷔 전 온라인 상에 남긴 'Korea is gay'가 2009년 뒤늦게 일반 네티즌의 눈에 띄면서 문제가 촉발됐다. 안티 세력에 의해 자극적으로 해석된 이 문장은 고스란히 언론에 전해졌고, 미국 출신의 그가 한국을 비하했다고 알려지면서 그는 결국 2PM에서 잠시 떠나 미국으로 향하게 됐다. 사태 4일만의 결정. JYP가 재범을 너무 빨리 '내친'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극한 '모성애'를 보이던 팬덤은 JYP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재범은 또 다른 이유로 JYP를 영원히 떠나게 됐는데, JYP는 사유를 '사생활'로만 밝혀 또 큰 파장을 낳았다. 결국 이후 솔로로 데뷔한 재범이 JYP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티아라는 막내 멤버가 팀을 떠났다. 뒤늦게 합류한 그가 팀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온라인 게시물들이 넘쳐났는데,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는 그가 지난달 27일 '뮤직뱅크'에서 무대 2팀을 남겨놓고 생방송 출연을 거부했다고 밝히며 이번 탈퇴는 왕따설로 인한 게 아님을 강조했다. 네티즌은 화영의 편에 서서 '티진요' 카페 등에 가입하고 티아라 멤버와 코어콘텐츠미디어에 격분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화영이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죄송하다"는 요지의 글을 남기며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 파워 게임
외부에 공개되진 않지만 모든 그룹들은 저마다의 갈등을 안고 있다. 최근 컴백한 슈퍼주니어의 예성은 "지금 활동하는 그룹의 99%가 사이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10~20대 남녀가 TV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늘 밝고 사이가 좋을 수는 없는 노릇. 카메라가 꺼진 후 돌변한다더라 식의 소문은 어느 그룹에나 존재한다.
가장 큰 양상은 그룹 내 '기가 센' 멤버들을 중심으로 패가 나뉘는 것이다. 한 유명 보이그룹은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멤버들끼리 뒤엉켜 주먹다짐을 한 일화가 유명하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그렇게 격렬하게 싸우다가 무대가 시작되니 너무 발랄하게 잘하더라. 프로라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솔로 및 유닛 활동이 많아지면서 활동 방식 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한다. 한 인기 보이그룹은 그룹 내에서 솔로 활동을 하는 순서를 두고 멤버 및 소속사와 잡음이 많았다. 서로 자신이 그룹의 '센터'라고 생각하면서 빚어지는 일. 한 걸그룹도 유닛 멤버 구성 및 솔로 활동을 두고 멤버간 의견차가 커서 고생했다. '내가 쟤들과는 '급'이 달라', '누가 누구를 먹여살린다' 등의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면 트러블은 필수 코스다.
# 사공이 더 문제
멤버들의 부모도 그룹 내 갈등의 큰 원인이 된다. 내 아들, 내 딸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그룹 활동에 크게 개입하면서 다른 멤버들과 소속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멤버가 바뀐 한 아이돌그룹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다른 이유가 발표됐지만 사실 해당 멤버의 부모가 한 몫 단단히 했다. 당시 소속사 관계자는 "부모의 등쌀에 그룹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멤버는 참 착했지만, 교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데뷔 후에도 별 반응이 없는 신인그룹의 경우, 멤버 교체는 더 많이 일어난다. 연예계 데뷔에 반대했던 부모들이 '역시나 안되는 것'이었다며 더 강력하게 반대하기 때문.
매니저 및 소속사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고급 의상 협찬 및 드라마 오디션 기회 등을 두고도 멤버간 신경전이 벌어지는데 이때 소속사가 잘 중재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매니저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도 있다. 일부 멤버와 러브라인을 형성해 다른 멤버들로 하여금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한 걸그룹은 소속사 관계자와의 '불편'한 관계가 멤버 교체의 큰 이유가 됐다. 일부 멤버들은 관계자의 언행 등을 문제 삼아 대거 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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