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한국인 프로골퍼들이 세계를 누비고 있다. 한국무대를 넘어 일본, 나아가 최고라는 미국무대까지 한국 골퍼들이 연일 승전보를 날리고 있다. 미국 무대 개척 남녀 1세대인 최경주와 박세리를 필두로 그 후예들이 한국 골프의 우수성을 알리는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예전보다는 골프 환경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이 골프를 마음껏 즐기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한 라운드를 즐기기에는 아직도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이전보다는 많은 골퍼들이 늘어나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지금같은 불경기에는 골프를 즐기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다.
이런 와중에 최근 골프계에는 반가운 소식이 날라왔다. 정부에서 불경기 타개의 한 방편으로 소비진작을 위해 골프이용에 붙은 개별소비세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지난 7월 21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주관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토론회’에서 국내경기활성화를 위해 회원제골프장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를 폐지 혹은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소위 ‘부자감세’의 전형적인 사례로 간주하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왜 골프를 부자들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단정하고 있는 것일까? 요즘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5만원이면 중고골프채 한 세트를 구할 수 있다. 의복도 그저 평범한 운동복이면 된다. 골프비용은 조금 비싸지만 그 비용의 반 이상이 세금이다. 골프에 대한 세금을 스키장에 대한 정도만 낮추더라도 수도권은 10만원 미만, 지방은 5만원 미만이면 5시간동안 골프와 부대시설을 즐길 수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 골프를 즐기는 계층은 주로 자영업자, 샐러리맨 등 중산층이 많다. 심지어 전남 완도의 한 섬에서는 마을주민의 반 이상이 배를 타고 육지에 건너가 골프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골프를 한 번 칠 때 마다 매번 2만5천 원 가량의 직접세를 부담한다.
이밖에도 이들은 볼링, 스키 등 다른 스포츠에 비해 수십 배에 이르는 간접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결국 이번에 검토되고 있는 개별소비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라 비상식적으로 무거웠던 세계 최고수준의 골프세금을 일부 정상화 하겠다는 것이다. 세금을 너무 비싸게 부과하니 오직 골프만을 치기위해 해외로 가서 쓰는 비용이 너무 많아 이를 조금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골프를 잘 치면 영웅대우를 받는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골프선수들은 병역혜택을 받았고, 미국프로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박세리, 최경주 등은 체육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골프를 좋아하는 일반국민들은 카지노에 비해 4.2배, 경마장에 비해 24배에 달하는 징벌적 세금을 부담해야 하며 여기에는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 전까지의 골프 꿈나무들까지 포함된다.
개별소비세 인하는 골프장보다는 골퍼들, 그 중에서도 부자골퍼들보다는 그린피 1~2만원에 목숨을 걸고 저렴한 골프장들을 찾아 헤매는 서민골퍼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다. 이들은 조금 더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되고, 단지 골프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치시설을 이용한다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금인하로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골프장 주변에서 일하는 수십만 명의 캐디, 일용직 근로자, 식당주인 등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골프를 전업으로 삼으며 제2의 최경주, 제2의 박세리가 되기 위해 입문하는 골프 유망주들을 위해서도 소비세 인하는 꼭 필요하다. 10여년전부터 국내에서는 비싼 라운드 비용 때문에 골프 유망주들이 조기 유학을 떠난 사례가 많다. 미국, 호주 등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라운딩을 하며 기량연마에 힘쓸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싼 국내 골프장을 피해 해외로 떠나는 골프 여행 못지 않게 조기 골프 유학도 국가적으로는 외화낭비가 아닐 수 없다. 어린 골프 유망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국내에서 기량향상을 위해 골프장을 자주 찾게 하기 위해서도 세금 인하는 필수적이다.
국내 골프장의 슬픈 현실을 한국 최고의 슈퍼스타 최경주는 이렇게 한탄했다. 최경주는 지난 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왜 골프가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됐는지 생각해 보자. 골프에 각종 세금을 다 붙인다. 당연히 그린피가 비쌀 수밖에 없다. 법을 만드는 분들이 서민들 위한다고 그렇게 했다. 골프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편가르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대부분 골프를 한다. 언론은 그걸 잡아내서 '누가 3·1절에 골프를 쳤다'는 등의 보도를 한다. 골프는 죄가 없다.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죄다”라며 골프와 골프장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많은 일반 골퍼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로 대중화를 위해 소비세 인하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경주(위)와 박세리(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