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사직구장. 롯데와의 경기에 등판을 앞둔 KIA 타이거즈 외국인투수 앤서니 르루(30)는 생존과 퇴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이미 새로운 외국인투수 헨리 소사의 영입은 결정된 상황, 앤서니는 호라시오 라미레즈와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날 경기 전까지 앤서니의 성적은 7경기에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6.42로 퇴출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미운오리'였다. 최고구속은 140km대 중반에 머물고 강점이라던 체인지업은 직구 구속이 안 올라오면서 공략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앤서니는 그날 등판에서 5⅔이닝 6피안타 4실점(1자책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무엇보다 구속이 154km까지 나오면서 코칭스태프에 가능성을 보여줬다. 결국 앤서니가 한국에 남고 라미레스가 짐을 쌌다.
이후 앤서니는 백조로 탈바꿈했다. 특히 7월 월간 성적은 5경기 26이닝 3승 평균자책점 1.04로 맹활약을 펼쳤다. 7월 앤서니는 또 다른 외국인투수 소사와 함께 쌍끌이로 KIA의 승률을 차츰 높여갔다. 7월 3연승의 활약을 거둔 앤서니가 8월 첫 등판에서 다시 호투를 펼치며 팀 4연패를 끊고 본인은 4연승을 달렸다.

앤서니는 1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7피안타 3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시즌 9승(7패)째를 거뒀다. 볼넷은 단 1개만 허용했고 직구 최고구속은 155km까지 찍어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찌르는 빠른 직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갔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유인구로 롯데 타자들의 범타를 유도했다.
1회 앤서니는 선두타자 김주찬을 1루수 실책으로 내보내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견제에도 불구하고 김주찬에 도루를 허용해 무사 2루까지 몰렸지만 후속 3타자를 모두 범타로 철했다.
앤서니는 3회 선취점을 허용했다. 2사 1,3루에서 손아섭에게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은 것. 그러한 가운데서도 3회의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투수인 본인이 처리하는 깔끔한 수비능력도 과시했다. 빠른 타구는 재빠른 글러브질로 잡아냈고 높은 타구는 날렵하게 점프를 하면서 처리했다.
KIA가 5회 대거 5득점을 올리며 경기를 5-1로 뒤집자 앤서니도 힘을 냈다. 4회부터 6회까지 산발안타 2개만 허용하면서 안정적으로 롯데 타선을 봉쇄했다. 그렇지만 7회 앤서니는 첫 타자 황재균의 타구를 직접 잡으려다 굴절되며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황성용에 볼넷, 정훈에 1타점 2루타를 내줬다. 이어 김주찬의 내야땅볼 때 황성용까지 홈을 밟아 5-3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1사 2루 계속된 위기에서 앤서니는 박준서와 손아섭을 모두 내야땅볼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그리고 KIA가 8회 공격에서 대거 8득점에 성공하며 앤서니는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를 필요가 없었다.
본인이 밝힌 대로 앤서니는 슬로 스타터가 확실했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구위와 제구, 경기운영, 수비 모두 빼어났다. 시즌 9승을 거두며 팀 내 최다승 투수가 된 앤서니, 이제는 확실히 '백조'라고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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