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그는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제2의 이종범을 찾아라' 코너에 출연하기도 했다. 유격수로서 수비 센스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던 유망주. 투수 전향 후 가능성은 인정받았으나 미완의 대기로 남아있던 그는 이제 팀에서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는 투수가 되었다. 193cm 장신 우완 윤희상(27, SK 와이번스)은 이제 당당한 주축 선발 투수다.
윤희상은 지난 1일 문학 넥센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탈삼진 7개, 사사구 1개)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 이날 승리로 윤희상은 시즌 19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4.14(2일 현재)을 기록했다. 2010년까지 단 1승도 없던 투수는 불과 2년 만에 팀 내 최다승 투수로 우뚝 섰다.
구리 인창중-선린인터넷고를 거쳐 2004년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은 윤희상은 1997년 구리리틀야구단 시절 유격수로 활약했다. 당시 버라이어티 '슈퍼선데이'의 한 코너인 '제2의 이종범을 찾아라'의 또다른 주인공이 바로 윤희상이었다. 인창중 시절에도 윤희상은 유격수로 뛰었다. 인창고 감독을 맡으며 인창중 유망주를 유심히 살폈던 김진욱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은 "키가 큰 유격수였으나 글러브질도 좋고 특히 송구능력이 뛰어났다"라며 소싯적 윤희상을 회상했다.

강한 어깨를 높게 평가받아 투수로 전향, 탄탄한 장신의 체구를 갖춘 유망주로 평가받으며 높은 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윤희상. 그러나 프로무대는 쉽지 않았다. 데뷔 시즌이던 2004년 11경기 1패 평균자책점 9.45에 그쳤던 윤희상은 이듬해에도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18.00으로 고개를 떨궜다. 어깨 통증으로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익근무 시절에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통증으로 타자 전향까지 고려했던 윤희상은 지난해 후반기 좌완 박희수와 함께 SK가 발견한 '흙 속의 진주'였다. 후반기 구멍난 SK 선발진에 합류,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는 11⅔이닝 동안 1승1패 평균자책점 0.77로 가을에 빛났던 윤희상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당당한 SK의 주축 선발 투수다. 지긋지긋한 '부상 돌림' 속 그가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는 투수. 이닝 수도 어느새 111이닝으로 시즌 전 목표했던 100이닝을 돌파했다. 또 다른 목표였던 7승에도 단 한 개 차로 다가섰고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 마운드에도 오른 윤희상의 현재다. 1일 넥센전서는 최고 147km의 직구는 물론 슬라이더-포크볼-체인지업-커브를 섞어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렸다.
경기 후 윤희상은 "야수들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투수와 야수의 공생이 가장 중요한 만큼 그 빛나는 가치를 알고 있는 윤희상이었다. "구질을 다양하게 던지면서 기술적인 피칭을 추구했다. 팀에 도움을 줘서 다행이다. 마운드에서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서는 피칭을 하겠다"라는 윤희상의 이야기. '제2의 이종범'이라는 꿈은 애저녁에 사라졌으나 대신 그에게는 '비룡 마운드의 실세'라는 수식어가 더욱 마침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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