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보다 웃기는 배우들, 극장가 ‘왕’될까?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8.02 07: 51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보다 웃기는 배우들이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이하 나는왕)에서 뭉쳤다.
지난 달 30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베일을 벗은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실력파 ‘코미디왕’들의 열연으로 쉴새없는 웃음을 선사했다. 주지훈을 비롯해 백윤식, 변희봉, 박영규, 임원희, 김수로 등 이름만 들어도 절로 믿음이 가는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은 ‘나는왕’에서 ‘개콘’보다 강력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나는왕’은 왕이 되기 싫어 궁을 떠난 왕자 충녕(주지훈 분)이 자신과 꼭 닮은 노비 덕칠(주지훈 분)이 돼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점차 덕과 지혜를 갖춘 군왕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

이번 영화에서 주지훈은 기존의 ‘왕자님’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화장실 뒤처리도 제 손으로 하지 못하는 ‘허당’ 세자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 책만 읽고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온실 속 화초’ 세자가 궁을 떠나 끼니를 구걸하고 멍석말이를 당하며 온갖 고초를 겪는 과정에서는 ‘제대로’ 망가진 주지훈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웃음에 능수능란한 장규성 감독의 연출력과 백윤식, 변희봉, 박영규, 임원희, 김수로 등 내로라하는 코미디의 제왕들이 가세했다.
황희 역의 백윤식은 담넘기와 과감한 노출로 진정한 몸개그를 선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황희는 대쪽같은 성격의 청렴결백한 인물. 그러나 백윤식이 연기하는 황희는 백성들이 먹을 쌀을 구하기 위해 동네 대감 집 담넘기도 불사하는 친근한 위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또 왕성한 호기심으로 상의를 탈의한 채 장영실(임형진 분)의 샤워기 발명품을 시연하다 뜨거운 물에 데여 혼쭐이 나는 허술한 모습은 황희의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선생 김봉두’, ‘이장과 군수’에 이어 장규성 감독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된 변희봉은 연기경력 40여년이 묻어나는 강력한 존재감으로 영화에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신익은 왕실의 약점을 잡아 정권을 잡으려할 뿐 아니라 세자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호위무사에게 고문도 마다하지 않은 극악무도한 캐릭터. 하지만 도리어 자신의 권모술수 탄로날까 눈치보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긴장과 재미를 오가며 이야기의 흐름을 탄력적으로 만든다. 
드라마, 시트콤,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표정과 자연스러운 코믹연기를 선보여 온 박영규는 다혈질 왕 태종으로 분했다. 열 받으면 무조건 발차기를 날리고 보는 행동파지만 셋째 아들 충녕에게만은 영락없는 아들바보. 나이 많은 대신들에게 복식 호통을 치는 것은 기본, 술 먹고 난동을 부리는 아들 양녕(백도빈 분)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리는 그의 모습은 웃음과 동시에 통쾌함까지 선사한다.
관객들에게 가장 강력한 웃음을 전하는 이들은 충녕의 호위무사들이다. 세자 바꿔치기 사건의 주범인 황구(김수로 분)는 꼼수대왕답게 찰진 대사들로 웃음을 유발하고, 쌀 300섬 로비로 출사한 왕실 익위사 소속 세자 호위무사 해구(임원희 분)는 형편없는 무술 실력으로 궁을 탈출한 세자 충녕과 함께 눈물 겨운 고생길을 함께 하며 감동까지 선사한다.
오매불망 충녕만을 사랑하는 세자빈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 이미도의 활약도 눈부시다. 이미도는 수연(이하늬 분)에게 눈길을 주는 충녕을 보고 질투에 휩싸이게 되는 세자빈 역할을 얄밉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냈다. 수연과 한방에 있는 충녕을 목격한 뒤 “취향 참 독특하다”며 수치심(?)에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모습은 단연 압권. 신(新) 코미디 제왕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법하다. 오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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